
강준모
2025.10.26.
- 낭만과 멀어지는 빵집 사장
"늘 한가위만 같아라." 방송, 뉴스에서 추석을 맞아 덕담이 흘러나온다. 웃음이 나왔다. 늘 한가위 같으라니, 큰일 날 소리다. 명절 스트레스 이야기를 하면 제일 먼저 며느리를 떠올리겠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나 자영업자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가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피할 수 없으면 생각을 비우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하는 명절, 애써 웃음을 만들어본다.
명절이 대목인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은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열었다. 연휴에도 임차료는 나가고, 대출 이자도 나가니까, 하루라도 쉬면 수입이 줄어드는 자영업자들은 연휴라고 문을 닫더라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연휴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고향을 방문하고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고 나들이도 간다는 것. 그것이 연휴에도 나와 일하는 스스로를 달래는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연휴에 문을 열기로 결정하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현금 확보다. 영업에 필요한 자재 발주에는 또박또박 현금이 들어가는데, 휴일 내내 금융 시스템이 중단되는 탓에 카드 결제대금은 입금이 안 된다. 돈이 마른다. 그래서 연휴가 다가오기 일주일 전부터 이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모든 주문을 최소화하고 미룰 수 있는 지출을 최대한 미룬다. 연휴가 길면 필요한 자금이 10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고, 카드 대출이라도 받아 급전을 만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0월 10일 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의 연휴를 지낸 뒤 카드 대금 하루 치가 입금됐고, 그것으로 나머지 2일간의 연휴(주말)를 넘길 수 있었다. 카드 결제대금은 대체로 2영업일이 지나야 입금되는데, 임시공휴일 지정이 없어 중간에 영업일 하루가 확보됐고, 7일간의 추석 연휴 내내 장사를 해서 번 돈이 주말을 지나자마자 두 번째 영업일인 월요일에 대부분 입금됐다. 연휴 전, 월초에 이뤄진 지난달 거래처 결제대금도 대부분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바로 입금될 수 있었다. 어찌어찌 이번에도 무사히 연휴를 넘겼구나, 긴장이 풀리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연휴 기간 내내 속을 태웠던 중소기업 사장님 이야기를 들었다. 연휴라고 해외 거래처가 쉴 리 없다. 당연히 부산항에는 유럽과 중동, 중국 여기저기에서 도착한 배들이 가져온 컨테이너들이 쌓이는데, 그렇게 운송된 수입 물류들은 연휴 기간 내내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니 하역 작업부터 지연된다. 연휴 내내 송금 업무가 중단되기에 진작에 수입대금 송금을 마쳤지만, 연휴가 끝나도 밀렸던 제품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에 통관 절차가 언제 끝날지, 필요한 제품들을 언제 받아보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덧없이 날아가는 시간이 최소 보름 이상, 길면 한 달이 된다.
휴일에는 모든 것이 멈춰 선다. 시스템 중단이 길어지면,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 비효율이 늘어난다. 연휴라고 버스, 지하철, 철도가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그렇다면 물류 시스템, 금융 시스템, 공공 서비스의 멈춤도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그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긴 추석 연휴. 연휴 기간 내내 비가 내렸다. 정말 큰 결심으로 있는 현금 다 동원해서 어렵게 문을 열었는데, 날씨가 손님을 쫓는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낭만을 잃어버린 것 같지만, 한때 소설과 시를 참 좋아했다. 연휴가 가까우면 나들이 생각에 마음이 들떴고, 비가 오면 운치에 젖어 음악을 듣고,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면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자영업 사장님들의 마음에도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매일경제 2025.10.18]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44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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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위
2025.10.26.
공휴일이 너무 많지요. 연차휴가를 늘려주고 대신 공휴일을 확 줄여야 합니다. 특히 명절 연휴부터. 연차휴가는 개인 차원에서 시간이 소비되니 공휴일 연휴처럼 집중될 일이 전혀 없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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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2025.10.26.
네, 맞습니다. 특히 대체휴일 제도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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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제자
2025.10.27.
자영업자가 600만명인데 제정신 박힌 정부라면 휴일을 이런식으로 운용하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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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2025.10.27.
네, 지나치게 많아진 공휴일의 부작용,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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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er
2025.10.27.
강선생님 이코 입성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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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2025.10.27.
네, 좋은 공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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