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5.10.26.
- 오늘 하루는 착한 마음으로 지내야 해요
우리 매장에서는 종이봉투 1개를 100원에 판매한다. 원가는 100원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과거에는 무상 제공도 했으니까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형식상 받는 금액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는 원가 이하의 가격이니 종이봉투만 구매하시겠다는 손님에게는 판매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과거에 실제로 종이봉투만 50개를 구매해 가신 손님도 있었다).
며칠 전 계산대에 서 있는데 젊은 손님이 종이봉투 하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냥 평소처럼 뭔가 하나 구매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가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드리겠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도 굳이 빵 하나를 집어 오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저 방금 잘렸어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착한 마음으로 지내야 해요."
손님이 가시고 난 후에도 한동안 먹먹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 착한 젊은이에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불경기를 맞아 사장인 나 스스로도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게 됐지만, 한편으론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아진다.
내수 부진과 키오스크 도입으로 판매직 고용이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판매직은 대부분 청년들이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급감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 역시 청년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지난 십수 년간 채용시장이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으로 변화해왔는데, 그 결과 경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취업은 비정규직(계약직·파견직·아르바이트·시간제 근무자 등)에 집중됐다.
기업은 '2년 이상 계속 근무 시 정규직 강제 전환'을 꺼리기 때문에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마다 재취업을 반복해야 하는 처지인데, 불경기가 오면서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불경기로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아우성인데 그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바로 청년세대다.
최근 몇 년간 통계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아르바이트'일 뿐이라고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처럼 취업의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는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자리가 바로 자영업자들의 사업장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주5일 상시 근무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높아진 덕분에 많은 청년들에겐 생계를 의지하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이 점점 영세해지면서 정식 직원을 고용하는 매장들이 급감하고 있고, 나아가 시간제 초단시간 근무자들조차 고용할 여력이 없어 사장과 그 가족들의 노동력에만 의지해 영업을 유지하는 사업장이 크게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사업장이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면 이 문제는 소상공인 문제를 넘어서는 청년 일자리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해법은 좋은 기업이 많이 나와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난 우량한 자영업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제공하는 일자리가 더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문제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장으로 육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매일경제 2025.02.15]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24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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