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버는엄마
2025.11.15.
■비혼주의자들의 때늦은 후회
혼자로 사는 삶은 분명 ‘선택’에서 출발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스스로 꾸린 세계 안에서 단단히 서보는 경험은 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자율이기도 하다. 젊은 날의 비혼은 특히 빛을 발한다. 스스로 벌고 스스로 결정하는 속도는 커리어를 확장시키고, 더 나은 대우와 더 높은 연봉을 스스로에게 가져다준다. 나를 위한 소비도, 여행도, 배움도 밀도가 다르다. 이 시기는 진심으로 ‘삶의 질’이란 단어가 피부에 와닿는 시기다.
그런데 이 찬란한 시간이 한 장면에 머물러 주진 않는다. 잠깐 등을 돌린 사이 계절이 바뀌듯 인생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나이를 먹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거울 앞에서 아무리 정성스레 피부에 크림을 바르고, 시술의 도움을 빌어도 세월의 흐름을 온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 몇 번이고 “아직은 괜찮아”라며 자신을 다독이지만, 몸은 솔직해서 어느 날부터 잔기침이 잦아지고, 잠에서 깨면 관절이 먼저 항의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엔 자유로움으로 가득 찼던 고요함이 어느 순간 조금 서늘하게 느껴진다. 불을 켜지 않은 방 안에 들어섰을 때의 공기는 늘 같았지만 내가 달라져 있었다. 한숨 돌리고 소파에 몸을 기대다 보면, 마음 한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누군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금방 고개를 젓고 잊어버리려 해도 그 생각은 가볍게 흩어지지 않는다. 혼자 살아가겠노라 다짐해온 시간보다, 문득 찾아오는 서늘함이 더 날카롭게 남는다.
언젠가부터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감정도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다. 부모님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눈에 보일 만큼 짧아졌다. 친구들은 아이들의 재롱을 이야기하고, 주말 저녁엔 가족사진이 단톡방을 채운다. 나와 그들의 삶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었지만, 그 격차가 선명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아프다. 예전엔 “언젠가는 또 연애가 찾아오겠지”라며 태연했던 마음도 어느 날부턴가 침묵한다. 내게 시선을 주던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새로운 인연은 이전보다 훨씬 느리게, 혹은 아예 오지 않는다.
이 모든 감정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존감이 낮아서도 아니다. 오히려 삶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종류의 성찰에 가깝다. 인간은 원래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이고, 그 본능이 어느 나이에선가 더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혼자 사는 삶이 가치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미 그 선택을 해 온 사람들의 주체성과 용기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그 선택을 ‘영원히 안전한 길’이라고 믿기엔, 인생은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 나에게 의지할 가족이 없다는 사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깊은 난감함을 안기는 조건이 된다. 삶의 후반부는 경제력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따뜻한 말, 손을 잡아주는 사람, 몸이 아플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어깨는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의 생애 후반을 함께 살아갈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금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나중의 삶을 지탱할 또 다른 형태의 자유를 잃지 않는 일. 그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의 설계일지 모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비혼주의자의 후회라는 글인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요. 그리고 결혼은 할거면 빨리하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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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성소라
2025.11.15.
저는 한숨만 나옵니다. 비혼주의자도 아닌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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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2025.11.15.
비혼주의자가 행복한 시간은 30대 중반까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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