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6.01.11.
- 일본 오사카, 교토 빵집 구경 후기
작년 11월 하순에 일본 오사카, 교토 여행을 다녀왔다. 15년 전에 이미 방문했던 장소이기에, 사찰이나 유명 관광지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시내 관광을 주로 많이 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빵집, 카페에 들렀다.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일단 일본 빵집 구경한 감상부터 남긴다(주로 동네 빵집들을 다녔다).
신기했던 것은, 정말 빵만 파는 베이커리가 많다는 것. 케이크? 대부분의 빵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샌드위치? 샐러드? 그런거 없는 빵집들이 많다. 선물세트? 그런 것도 없다. 빵 종류도 적은 편. 우리나라는 기본이 40-50 종 이상이고 많으면 80 종 이상도 만드는데, 내가 봤던 일본 동네 빵집들은 30-40 종을 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특이했던 것이 테이블 하나 없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 빵집들이 많았다. 어떤 곳은 음료, 커피도 팔지 않는다. 물론, 테이블도 있고 음료, 커피가 가능한 곳들도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오로지 빵 하나만 판매하는 빵집들이 많다는 것이 아주 신기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카페는, 음료와 함께 샌드위치, 덮밥, 종종 빵을 포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하지만 빵집과 카페의 경계가 우리나라 보다는 분명한 것 같다)
일본이 빵을 주식으로 한다고 해서 식빵이나 유럽식 건강빵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야채빵, 쏘세지빵, 카레빵 같은 조리빵들이 많았고, 토핑이 된 간식빵들도 많았다. 가격은 대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3-4천원하는 빵들을 2-3천원 정도(대략적으로 20-30% 저렴하다는 느낌)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매장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한 봉지에 1-2백엔 하는 아주 저렴한 식빵, 덩어리빵을 별도로 눈에 띄게 진열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좀 보였다.
빵 맛은, 기대가 컸던 탓인지 솔직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입맛의 차이도 분명 있겠지만, 평균적인 빵 수준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맛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보다는 단백했고, 쏘세지빵이나 야채빵을 제외하면, 크림이나 토핑의 양도 우리나라는 좀 과하게 많은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대체로 버터나 우유 맛도 덜한 편이어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덜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게 입맛이나 취향의 차이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나라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평균적인 수준을 많이 끌어 올려놨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 브랜드들은 그런 대기업 프렌차이즈를 이겨야 생존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빵이 간식이니까, 맛난 것 찾아다니는 까다로운 고객들 덕분인 것도 같고. 개인적 취향 차이도 크니까 단정을 짓는 것은 어렵지만, 오사카 음식들이 참 맛있고 수준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생각할 때, 빵 맛은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었다.
상당수 빵집들이 아침 8시나 9시에나 문을 열었고, 저녁 6시나 7시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시내 중심가 이거나 지하철역에서 가까워서 퇴근 손님 받는 것이 영업상 중요한 빵집들도 저녁 8시면 다 문을 닫았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 12시까지 영업을 하는 우리나라 빵집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영업시간이 많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신기하고 부러웠던 것은, 마감시간 몇시간 안남은 늦은 시간에도 오븐에서 빵이 계속 구워져서 추가되었고, 그것이 대부분 다 팔린다는 사실이었다. 지켜보니까, 정말 손님들이 계속해서 빵을 사갔다. 정말로 잘 팔렸다. 우리나라는 정말로 잘되는 빵집이 아닌 이상, 새벽 6시 이전부터 빵을 만들기 시작해서 대부분 오전에 생산이 끝나고, 점심 이후에는 케이크를 만들고, 다음날 빵을 성형하고 바로 마무리를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오후 3시 전에 주방 마무리가 된다. 오전에 생산된 빵을 밤 늦게까지 내내 판매한다. 이렇게 늦게까지 빵을 구워낼 수 있다면, 같은 숫자의 제빵 장비로도 빵을 2배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아주 작은 면적의 빵집을 내더라도, 더 많은 빵을 만들어서 더 많이 팔 수 있다. 왜 일본이 빵값이 우리나라 보다 20-30% 더 싼지 그냥 실감이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빵을 정말 정말 많이 먹고, 빵이 정말 정말 많이 팔린다. 빵집들의 생산 효율 자체가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총평을 하면, 일본에 가서 빵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싸게 팔아야겠지만, 그래도 많이 팔 수 있고, 밤늦게까지 영업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까지 다양하게 팔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일본을 보고 나니까, 우리나라에서 베이커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극악의 난이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자영업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내돈, 남의 돈 다 털어 넣어서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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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청담동김여사
2026.01.11.
일본에서 빵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공감합니다. 한국빵이 월등히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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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아빠
2026.01.11.
글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빵도 피지컬ai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인건비도 줄고 마진도 늘까? 상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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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모
2026.01.12.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하지만, 저 은퇴 후가 될 꺼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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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여객
2026.01.1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 나라 빵값이 제일 비싸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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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2026.01.11.
강준모님의 빵이 궁금해서 네이버 검색해봤거든요. 찾아가보려구요. 그런데 칼럼만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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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성
2026.01.11.
강준모님 빵집에서 번개팅하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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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톡
2026.01.12.
오 일본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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