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Jun
7일 전
#실리콘밸리연대기 - ATTJ컴퍼니 #5
풀타임 첫 주에 COO가 받은 건 환영 메일이 아니라 고객 보안 질문지 62문항이었습니다. 그중 38번에 CTO는 "예"라고 쓰려고 했습니다.
파일럿을 검토 중인 물류회사 보안팀이 보낸 벤더 보안 질문지(Vendor Security Questionnaire). 36번, 당사 데이터를 제3자 AI 서비스에 전송합니까. 37번, 그 데이터는 제3자의 모델 학습에 쓰입니까. 38번, 귀사는 당사 데이터로 생성된 결과물을 자체 모델 개발에 사용합니까. 51번, 오픈소스 구성요소와 라이선스 목록을 제출하십시오.
이 회사의 제품은 파운데이션 모델 API 위에 있습니다. 36번은 "예", 37번은 "아니오"입니다. 주요 제공사의 상용 약관은 API로 들어온 고객 콘텐츠를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정하고, 그 조항 덕에 B2B 제품이 그 위에 설 수 있습니다. 38번이 문제였습니다. CTO는 두 달째 API 비용을 줄이려고 대형 모델의 출력물로 작은 오픈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었습니다. 업계에서 흔한 일이고, API 비용이 매출보다 빨리 느는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일입니다.
변호사가 약관을 열었습니다. 출력물의 소유권은 고객에게 넘어옵니다. 그런데 같은 약관의 다른 조항은 그 출력물로 "경쟁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한 제공사는 "출력물을 이용해 경쟁 모델을 개발하지 말 것", 다른 제공사는 "서비스를 이용해 경쟁 제품을 만들거나 경쟁 AI 모델을 학습시키지 말 것". 소유권은 넘어오지만 용도는 묶여 있습니다. CTO가 물었습니다. 물류 문서 분류기가 그 회사와 경쟁합니까. 변호사의 답은, 그 판단은 약관을 쓴 쪽이 하고 결과는 소송이 아니라 계정 정지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제품 전체가 그 API 위에 있는 회사에게 계정 정지는 소송보다 빠르고 큽니다. 세 사람은 작은 모델을 접는 대신 학습 데이터를 고객 동의 데이터와 공개 데이터로 바꿨습니다. 두 달치 작업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51번은 도구를 돌려 뽑은 214개 목록이었고, 변호사는 하나에서 멈췄습니다. 검색 엔진 구성요소가 AGPL이었습니다. 보통의 카피레프트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때 소스 공개를 요구해서 서버에서 도는 SaaS는 비켜가는데, AGPL은 그 구멍을 막으려고 만들어졌습니다. 고친 버전을 네트워크로 제공하면 사용자에게 소스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합니다. CTO는 한국어 토큰 처리가 마음에 안 들어 두 파일을 고친 상태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고친 두 파일만 공개하면 되는지 붙어 도는 회사 코드까지인지는 다툼이 있는 영역이고, 투자자 로펌은 실사에서 AGPL이라는 글자를 보면 멈춥니다. Apache 2.0 대체재로 바꾸는 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서울의 CEO가 질문지를 읽으며 깨달은 것은, 이 회사가 만든 것은 코드이지만 서 있는 것은 계약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모델 제공사의 약관, 214개 라이선스, 곧 서명할 고객 계약. 회사가 쓴 것도 협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제품이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남의 모델 위에 제품을 세운다는 것은 남의 약관 위에 회사를 세운다는 뜻입니다.
https://www.attorneyjun.com/attj-05-api-terms-agpl-questionn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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