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觀海
1일 전
2023년엔 1,500원 아래, 2024년 비상계엄 때는 1,800원 위, 2026년 7월에는 2,126원까지. 그리고 지금은 다시 1,700원대입니다. 파운드/원은 꽤 많은 걸 말해줍니다.
2023년 2월, 저는 런던에서 1파운드를 1,508원에 환전했습니다.
리즈 트러스의 미니버짓 충격이 남아 있던 때였습니다.
리시 수낵이 총리가 된 뒤였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망했다”는 말까지 들렸습니다.
실제로 그해 2월 파운드/원은 1,500원 아래까지 내려갔습니다.
저는 1,508원에 환전을 하면서도
더 떨어질까 봐 많이 바꾸지 못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영국에서 점심시간을 기다리다
한국의 비상계엄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때까지 파운드/원은 1,700원대에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스 하나로 원화가 급락했습니다.
파운드/원은 장중 1,800원을 돌파했습니다.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환율의 방향까지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던
2026년 상반기에도 원화는 약했습니다.
결국 7월에는 파운드/원이
2,126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SK하이닉스 ADR 조달자금 일부가 국내로 들어와
원화로 바뀔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고,
시장은 대규모 달러 매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한국은행이
7월 2.50%에서 2.75%,
8월 다시 3.00%로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추석을 앞두고
파운드/원은 다시 1,800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방향이 바뀌었을까요?
무역흑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그전에도 무역흑자를 내고 있었지만
원화는 계속 약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돈의 흐름과 중앙은행의 방향입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렸고,
영란은행은 Fed와 ECB가 금리를 올리는 동안에도
두 차례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환율은 결국
한 나라의 성적표가 아니라
두 나라의 상대가격입니다.
그래서 저는 파운드/원을 계속 봅니다.
한쪽에는 금융의 영국,
다른 한쪽에는 제조업의 한국이 있습니다.
조금 과감하게 말하면
파운드/원은 두 종류의 국력이 만나는 가격인지도 모릅니다.
영국의 힘은 오랫동안
금융시장과 제도, 통화에 대한 신뢰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의 힘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처럼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세계에 파는 생산능력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수십 년은
돈을 얼마나 잘 굴리는지가 중요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AI와 공급망 경쟁, 전쟁을 거치면서
조금씩 질문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서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로.
AI도 결국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이 필요하고,
안보도 결국 조선소와 방산공장이 필요합니다.
생산능력이 다시
국가의 전략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파운드/원이 더 내려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금리와 자본 이동, 영국과 한국의 성장률,
각국 정치 상황까지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다만 1,508원에 파운드를 사던 2023년과
2,126원을 바라보던 2026년을 모두 겪고 나니
한 가지는 흥미롭습니다.
환율은 단순히 돈의 가격이 아니라
두 나라가 가진 힘의 상대가격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파운드/원은
금융의 영국과 제조업의 한국 사이에서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작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입니다.
觀海
제 서재에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사행건樂 by 戒盈杯>
https://m.blog.naver.com/realguy81/224423771156
12
0
공유하기
모든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