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페로
3시간 전
[인플레이션의 이해 1부] -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최근에 소모임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었는데요. 그 내용을 이번 글 내용으로 엮어봤습니다.
총 3부작으로 진행 예정입니다.
1부 - 인플레이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2부 - 체감 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SR지수 소개)
3부 - 인플레이션을 이기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1부. 인플레이션은 왜 생기는 것일까?
— 명목의 세상에서 실질을 보는 눈
1. 내 돈의 가치가 사라진 이유
간단한 계산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2005년에 1억 원을 현금으로 그대로 보관했다면, 지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치는 얼마일까요?
약 6,200만 원입니다. 통장에는 여전히 1억이 찍혀 있습니다. 잔고는 한 푼도 줄지 않았는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3,800만 원어치가 사라졌습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 헤지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요? 1억 6,104만 원입니다. 같은 1억으로 출발했는데 한쪽은 6,200만 원, 한쪽은 1억 6,104만 원. 아무것도 안 한 것과 대응한 것의 차이가 20년 만에 1억 가까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격차의 원인은 단 하나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이해하고 있는가 없는가? 그 거대한 격차 속에서 승자로 남기 위한 여정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2. 실질과 명목 그리고 실물자산과 명목자산
인플레이션을 먼저 이해하기 위해선 명목과 실질의 의미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명목(Nominal)은 내가 보는 숫자입니다. 통장에 찍히고 계약서에 적히는 그 금액.
-실질(Real)은 내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명목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제로 남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연봉이 3% 올랐는데 물가가 4% 오른 세상이라면, 실질 임금은 -1%입니다. 물가는 모든 것의 명목숫자를 동시에 올리기 때문에, 다 같이 함께 오른 걸 제외하고, 진짜 내것에서만 오른 것을 측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상승률(수익률)을 알 수 있습니다.
명목숫자만 보면 3%를 보고 웃겠지만, 실질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를 보고, 다른 대비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모르는 사람은 3%를 보고 웃고, 이해하는 사람은 -1%를 보고 뭘 해야 할지 깨닫습니다.
이 구분은 자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자산은 물건과 약속, 두 부류로 나뉩니다.
실물자산(부동산·주식·원자재·금)은 물건입니다. 화폐는 그 가치를 표시하는 단위일 뿐이라, 실물자산은 언제나 실질가치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는데, 인플레이션 때 실물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닙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니, 같은 물건에 더 큰 숫자가 다시 매겨지는 것뿐입니다. 내리는 화폐로 가치를 측정하니 숫자만 커지는 겁니다.
명목자산(현금·예금·채권·전세보증금)은 약속입니다. 받을 금액이 화폐 단위로 고정된 계약이죠. 10년 전 빌린 1억을 10년 뒤 1억으로 그대로 갚아도 법적으로 채무는 이행된 겁니다.
10년 뒤 1억을 되돌려 받으면 숫자는 지켜졌지만, 그 숫자로 살 수 있는 것은 10년 사이 조용히 증발했습니다. 이것이 명목자산이 가진 한계입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골라서 타격합니다. : 실물의 편이지만 약속에는 적.
3. 인플레이션의 정의
(1) 정의
인플레이션이란 평균 물가 수준이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 물건이 '비싸냐'를 재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를 재고, 그걸로 구매력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볼 때는 세 가지를 봐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작년 대비 몇 %),
얼마나 빠르게(내 월급이 따라가고 있나),
얼마나 광범위하게(여러 품목이 동시에 오르나).
품목 하나만 오르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품목이 동시에 오를 때가 진짜 문제입니다.
(2) 인플레이션은 왜 생기는가?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은 공식 하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생산량 증가 < 통화량 증가 : 인플레이션
- 생산량 증가 > 통화량 증가 : 디플레이션
돈이 물건보다 많은 세상에서는 화폐가치가 떨어집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견인(돈이 풀려 소비가 느는 것, 금리로 대응 가능)과 비용발(유가·원자재·임금·환율이 밀어올리는 것,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이 있지만, 장기적·근본적 원인은 통화량 증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경제성장만큼만 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가 2%라는 건, 언제나 경제성장보다 2% 더 많은 돈이 풀리는 것을 공식적으로 용인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정부는 늘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실제 성장보다 더 많은 돈을 풀고, 그 초과분이 화폐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립니다. 인플레이션은 국가가 의도적으로 준비한 설계에 가깝습니다.
(3) 왜 인플레이션을 관리해야하나?
인플레이션른 왜 관리 대상일까요. 방치하면 실질소득 감소가 경기 전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임금보다 빨리 오르면 실질구매력이 줄고
→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 내수가 둔화돼 기업 매출이 줄고
→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여 소득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 크게 맞아 총수요 위축이 증폭됩니다.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크고 실물자산의 비중이 적은 저소득층에게 인플레이션은 역진적 세금(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적용)처럼 작동합니다. 여기에 가격 신호 왜곡에 따른 경제 전체의 비효율 발생과,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되면 임금-물가 악순환으로 경기 전체의 비용을 급격하게 상승시킵니다. 그래서 모든 중앙은행은 급격하게 오르는 인플레이션에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론만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폐환상(Money Illusion)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실질이 아니라 명목 금액으로 판단합니다.
앞에서 명목금액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처럼 대부준 사람들은 물가상승률보다 임금 상승률이 낮아도, 월급 봉투의 숫자가 커지면 소득이 늘었다고 체감합니다. 그래서 구매력이 줄어도 소비를 즉각 줄이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국가의 진짜 목표가 드러납니다. 인플레이션의 '억제'가 아니라,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오른 물가에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도록 길들이는 '관리'하는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것이죠.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원하는 이상, 그 누구도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습니다.
4. 인플레이션 하에서 누가 피해자인가?
같은 시기, 같은 물가 아래에서도 피해자와 승리자가 갈립니다.
피해자는 명목자산 보유자입니다. 현금·예적금 보유자, 전세 사는 사람, 월급만 받는 사람, 채권자.
승리자는 실물자산과 명목부채 보유자입니다. 실물자산 보유자, 전세 놓는 사람, 급여 주는 사람, 고정금리 채무자.
어디에 서 있는지가 인플레가 기본값인 세상에서 승패를 가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가장 큰 승자는 국가입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손해, 빌린 사람은 이득인데, 최대 채무자가 바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20년간 현금 실질가치가 40% 줄었다는 건, 국가 부채의 실질부담도 같은 비율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잃어버린 실질가치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 주체가 국가입니다. 이건 인플레이션의 인센티브 구조가 그렇게 짜여져있기 때문일 뿐입다. 그러니 국가가 대신 지켜줄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합리적입니다.
정리하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역주행 무빙워크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달려가는 만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생각하지 마세요. 가만 있으면 후퇴하고, 역주행하는 속도와 맞춰걸어야 겨우 제자리 걸음을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그 역주행의 무빙워크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날 뒤로 밀어내는 무빙워크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걸어가야 합니다.
그 무빙워크의 속도가 정확히 몇인지, 뉴스에 나오는 물가지수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는 2부에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죠!

5
1
공유하기
모든 댓글

최지아
2시간 전
글 넘넘 감사합니다.🥰
좋아요
답글달기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