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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4.
페이팔과 팔란티어의 창업자이자 초기 페이스북 투자자인 피터 틸은 경쟁을 혐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후 연방대법원 사무관 자리에 지원했지만 탈락하고 만다. 이후 뉴욕의 설리번&크롬웰이라는 최고급 로펌에 입사했지만 불과 7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다른 변호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견딜 수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일을 하려고 경쟁하고 있었죠." 이후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지만 여기서도 치열한 경쟁 구조에 환멸을 느꼈다. 결국 그는 1995년 실리콘밸리로 향했고 이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틸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던 맥스 레브친과 의기투합해 1998년 컨피니티(Confinity)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암호화폐의 원조 격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팜 파일럿이라는 PDA 기기 간에 적외선 통신으로 디지털 화폐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팜 파일럿을 서로 맞대면 '삑' 소리와 함께 돈이 전송되는 방식이었다. 당시로선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사용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팜 파일럿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았고 굳이 그런 방식으로 돈을 주고받을 이유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자 이들은 빠르게 사업을 전환했다. 당시 이베이가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결제는 여전히 번거로웠다. 수표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공유해야 했다. 틸은 여기서 기회를 찾아냈다. ​"이메일 주소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레브친이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면서 이메일 기반 송금 시스템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사업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2000년 초 틸의 컨피니티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X닷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 회사 모두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에 시장에서 서로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양사는 5대 5 방식의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후 회사명은 X닷컴으로 정해졌지만 서비스명은 페이팔로 통일했다. 이후 머스크와 틸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벌어졌고 결국 틸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당시 이베이 거래의 70% 이상이 페이팔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의 표준이 되어 있었다. 결국 2002년 이베이는 페이팔을 15억 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인수했다. 틸은 이 거래로 5,500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되었고 이 자금이 훗날 그의 투자 활동의 밑천이 되었다. ​피터 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04년 20살의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들고 실리콘밸리에 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는 이미 마이스페이스가 강력한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또 다른 소셜 네트워크라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틸은 다르게 봤다. 저커버그와 만난 자리에서 틸은 이렇게 물었다. "마이스페이스와 뭐가 다른가요?" 저커버그는 이렇게 답했다. "실명 기반의 진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틸은 즉시 이것이 기존 익명 기반 소셜 네트워크와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임을 깨달았다. 그는 50만 달러를 선뜻 투자했고 이는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가 되었다. 그 결과 틸은 훗날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피터 틸의 철학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이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창조하는 것 즉 0에서 1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기존 제품을 조금 개선하는 것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믿는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모든 기업이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독점 기업은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혁신에 투자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틸은 스타트업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서 독점하세요. 그 다음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겁니다. 세상은 승자와 패자보다 남들이 보지 못한 문제를 먼저 푼 사람에게 가장 큰 보상을 줍니다." 이것이 바로 피터 틸이 추구하는 혁신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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