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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먹은사과
2026.06.04.
이번 TrendForce 리포트는 제목부터 꽤 강합니다. “타이트한 DRAM 공급이 HBM 공급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을 키우고 있고, 2027년 HBM 계약가격은 몇 배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 보통 리포트 제목은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이미 HBM 수요가 좋다는 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번 리포트의 핵심은 조금 더 깊습니다. HBM이 DRAM 전체 생산능력을 점점 더 많이 차지하면서, 일반 DRAM 공급까지 타이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HBM은 2025년 전체 DRAM 웨이퍼 투입의 약 18%, 2026년에는 22%, 2027년에는 무려 30%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비트 기준으로 보면 다릅니다. 2027년 HBM의 비트 공급 비중은 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HBM은 웨이퍼는 많이 잡아먹는데, 일반 DRAM처럼 많은 비트를 뽑아내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HBM이 일반 DRAM보다 구조가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개의 DRAM을 쌓아 올려야 하고, 패키징과 수율 관리도 훨씬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생산능력을 투입해도 일반 DDR5나 RDIMM보다 공급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리포트에서 말하는 일반 DRAM 생산능력을 밀어내는 효과입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수익성입니다. TrendForce는 2026년 1분기부터 HBM의 웨이퍼당 수익성이 DDR5 64GB RDIMM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건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HBM은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입니다. 그런데 생산은 어렵고, 웨이퍼도 많이 차지하고, 고객사 인증도 까다로운데, 정작 수익성이 일반 서버 DRAM보다 낮다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 HBM 가격을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바로 이 지점에서 2027년 HBM 가격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HBM은 연간 계약 방식이 많다 보니, 일반 DRAM처럼 분기마다 빠르게 가격이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 이후 일반 DRAM 가격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HBM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결국 공급사들은 2027년 HBM4 공급 협상에서 더 강하게 가격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 셈입니다. 수요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6년에는 AI ASIC이 HBM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AI ASIC은 구글 TPU 같은 빅테크 자체 AI 칩을 생각하면 됩니다. 기존에는 엔비디아 GPU 중심으로 HBM 수요를 봤다면, 이제는 구글, 브로드컴, 여러 CSP들의 자체 AI 칩까지 같이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AI 칩 하나당 들어가는 HBM 용량이 기존 96GB, 192GB 수준에서 216GB, 288GB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칩 출하량도 늘어나는데, 칩 하나에 들어가는 HBM 용량까지 늘어난다면 전체 HBM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7년에는 엔비디아 Rubin Ultra 플랫폼이 중요합니다. 리포트에서는 Rubin Ultra의 GPU당 HBM 탑재량이 384GB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ASIC 수요까지 더해지면 2027년 HBM 시장은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이 리포트는 HBM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HBM 생산이 늘어나면 일반 DRAM에 배정될 생산능력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AI 서버에는 HBM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서버용 DDR5 RDIMM도 필요하고, LPDDR도 필요하고, 엣지 AI 기기에는 일반 DRAM도 필요합니다. 즉, AI 인프라 확대는 HBM 수요를 키우고, HBM 생산 확대는 일반 DRAM 공급을 줄이며, 동시에 AI 생태계 전반에서 일반 DRAM 수요도 함께 키우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포트는 HBM 가격 상승 가능성뿐만 아니라 일반 DRAM 가격 강세 가능성까지 같이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SK하이닉스에는 상당히 직접적인 수혜 논리로 연결됩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고, HBM 가격 협상력이 강해지는 구간에서는 선두 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확실한 고객사 인증과 양산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HBM에서 아직 완전히 앞서지 못하더라도, 일반 DRAM 가격이 강해지는 환경 자체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입니다. 특히 DDR5 RDIMM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게도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최근에 삼성전자도 12단 HBM4E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고, 컴퓨텍스 2026에서는 HBM5 목업까지 공개했죠. 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HBM 회복과 차세대 로드맵이 현실화될 경우 업사이드가 커질 수 있겠죠) 정리하면, SK하이닉스는 HBM 가격 상승의 직접 수혜, 삼성전자는 HBM 회복 기대와 일반 DRAM 가격 강세 수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조심할 부분도 있습니다. HBM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 결국 고객사 부담도 커집니다. 엔비디아, 구글, AMD, CSP 입장에서는 AI 서버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HBM4로 세대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율, 발열, 패키징, 고객 인증 같은 기술 리스크도 봐야 합니다. 그리고 메모리 산업은 여전히 사이클 산업입니다.(얼마전에 유비에스에서는 반도체 업체가 사이클이 아니라고 해서 마이크론의 벨류에이션을 높게 주면서 목표가를 3배 상향하기도 했죠) 지금은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논리가 강하지만, 모든 업체가 증설에 나서고 AI 투자 속도가 둔화된다면 언젠가는 다시 공급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HBM 좋다, 반도체 좋다”로 접근하기보다는, HBM4 계약 가격, 고객사 확대, 일반 DRAM 가격 흐름, 실제 실적 반영 여부를 같이 확인하면서 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리포트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HBM은 이제 단순한 고성장 제품이 아니라, DRAM 전체 공급 구조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올라섰습니다. HBM이 DRAM 웨이퍼를 더 많이 차지할수록 일반 DRAM 공급은 타이트해지고, 공급사들의 가격 협상력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2026~2027년 메모리 시장의 핵심은 단순히 HBM 수요가 많으냐가 아니라, HBM이 전체 DRAM 수급과 가격을 얼마나 흔들 것인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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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훈
2026.06.04.
글 잘 읽었습니다. 유용한 분석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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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섭
2026.06.05.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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