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남
2시간 전
일본 임대주택이 살아남는 법…위탁관리 80% 시대의 전략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일본 민간임대주택 시장에서 임대인의 전문 관리업체 위탁 비중이 1992년 25.0%에서 최근 조사 기준 71.2%를 넘어 최대 81.5%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리 편의성의 확대를 넘어서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시장의 중심축이 임대인 직접관리에서 전문 운영으로, 자본이득에서 현금흐름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71.2%와 81.5%는 조사기관과 표본, 관리위탁에 서브리스(전대차)를 포함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치입니다. 두 비율을 하나의 동일한 시계열 통계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가관리 중심이던 일본 임대시장이 전문 관리 체제로 이동했다는 흐름은 뚜렷합니다.
고도성장기에 임대주택을 지어 직접 관리하던 1세대 임대인들이 고령화되고, 상속을 받은 2·3세대 소유자 중에는 직장인이거나 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가관리의 한계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택 공급이 이어지면서 임대주택 재고가 늘었고, 임대시장은 임대인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임차인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2023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률은 1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처럼 주택을 지어 놓기만 하면 임차인이 찾아오던 시대가 끝나면서, 관리가 부실한 임대주택은 장기 공실과 임대료 하락이라는 이중의 손실에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주택 건설사들이 상속세 절세와 토지 활용을 앞세워 장기 일괄임차·관리 상품을 확산시킨 것도 전문 임대관리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이토켄타쿠, 세키스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소유자들은 공실 위험과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서브리스 방식을 선택했지만, ‘30년 보증’이 30년 동안 임대료를 같은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료가 조정되거나 계약조건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서브리스 계약을 체결할 때는 보증기간보다 임대료 조정 조항과 해지·갱신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2000년 정기차가제도의 도입과 2020년 '임대주택의 관리업무 등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도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임대주택관리업 등록제와 업무관리자 배치, 계약 전 중요사항 설명 등의 규정이 마련됐고, 관리호수 200호 이상 사업자는 등록이 의무화됐습니다. 관련 관리업 규정은 2021년 6월 15일부터 시행됐으며, 서브리스 계약에서도 과장광고와 부당권유가 제한되고 소유자에 대한 중요사항 설명이 요구됩니다.
전문 관리업의 성장은 임대주택 리노베이션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일본에서 세입자의 퇴거는 단순히 원상회복을 위한 수리 시점이 아니라, 임대료와 주거상품의 경쟁력을 시장 수준에 맞춰 다시 설정하는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18~20세대 규모의 1개 동에서 매년 20~25%의 자연 퇴거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4~5세대의 공실이 순차적으로 생깁니다. 실제 조사 사례의 평균 공사 세대 수는 4.3세대였습니다. 전문 관리업체들은 건물 전체를 한꺼번에 비워 임대수익이 중단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세입자가 퇴거한 세대부터 순차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을 주요 운영 전략으로 활용합니다.
공사도 무조건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평면 구조와 주방·욕실, 독립 세면대, 수납공간, 단열·보안 설비 등 임대료와 공실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우선 개선합니다. 욕실과 화장실이 한 공간에 있는 오래된 일체형 구조를 분리하거나, 낡은 원룸을 현대적인 1LDK 구조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입지와 상품 특성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개선해 임대료 프리미엄을 확보하고 공실기간을 줄이는 것이 자본환원율을 방어하는 핵심입니다.
하지만 세대별 리노베이션이 모든 입지에서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비가 임대료 상승분을 웃돌거나 외곽 지역처럼 임대료 상승 여력이 제한된 곳에서는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져 NOI가 오히려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면 개보수보다 임차수요가 높은 핵심 설비를 선별하고, 공사 전후 임대료 차이와 공실 손실, 공사비, 금융비용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투자효과를 검증해야 합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전세의 구조적 축소와 빠른 월세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신축·재건축 사업성 저하로 중대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매매차익과 전세 레버리지에 의존해 온 소극적인 임대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한 해법이 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세대별 상품성을 개선하고 공실 리스크를 관리해 NOI를 높이는 운영 역량에서 나올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자산관리회사의 역할도 임대료 수납과 시설 점검, 민원 대응 중심의 사후관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공실 원인을 분석하고 리노베이션 범위와 공사비, 예상 임대료, 투자비 회수기간을 검토해 소유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운영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세입자가 나갈 때마다 무조건 공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퇴거로 공실이 발생한 시점을 자산의 경쟁력과 현금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임대주택의 가치는 소유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위탁관리와 계획적인 리노베이션, 투자비 회수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함께 이뤄질 때 자산가치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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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훈
1시간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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