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2026.07.07.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비효율적이다. 과세표준을 정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먼저 정부가 토지와 주택 등의 예상 가격을 측정하고 발표한다. 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가격이 보유세 과세표준이 된다.
그런데 이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해서 매년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가,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정부가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유세 과세표준도 달라지는 셈이다.
이 측정 과정에 공무원과 감정 평가사가 개입한다는 점, 그리고 종종 행정 소송까지 걸린다는 점, 그래서 많은 사람이 조세제도를 불신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공시가격에 기반한 보유세는 유지비가 높은 제도인 셈이다.
앞으로 조세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려면 공시지가를 대체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행히 중화민국의 영원한 국부이자 가장 위대한 근대 중국인인 손중산 선생이 약 백 년 전에 대안을 마련해 뒀다.
바로 토지 소유자가 직접 정부에 가격을 신고하게 하고, 그 가격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모두가 0원으로 신고해서 보유세를 피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손중산 선생은 바보가 아니다.
손중산식 가격 자진 신고제의 묘미는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때 드러난다. 중화민국은 국가주도 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였고, 정부는 필요에 따라 토지를 수용할 수 있었다. 여기서 지주는 직접 신고한 가격으로 토지를 넘겨야만 한다.
다시 말해 가격을 너무 낮게 신고할 경우, 지주는 헐값에 땅을 빼앗겨야 한다. 그래서 지주는 정직하게 적절한 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토지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공무원이나 감정 평가사가 불필요해진다.
손중산 선생은 1924년 8월 10일 민생주의 두번째 강의에서 이 제도를 처음 제안했고, 1954년 장제스 총통이 실제로 도입했다. 그리고 미국 법학자 에릭 포즈너가 2018년 저서 '래디컬 마켓'에서 이 제도를 소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다만 손중산식 자진 신고제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정부가 정말로 토지를 수용할 때에만 의미 있다는 것이다. 재산권이나 국민 인식 때문에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지 못하면, 모두가 가격을 낮게 잡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에릭 포즈너는 '래디컬 마켓'에서 보완책을 제안했다. 먼저 지주는 토지 가격을 스스로 평가해서 신고한다. 만약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지주는 반드시 신고한 가격으로 토지를 팔아야 한다. 거부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시장이 과세표준을 정해서 정부에 알리게 된다. 정부는 감정 평가사를 채용하지 않고, 공개 홈페이지만 만들어서 운영하면 된다. 당연히 가격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에 걸릴 일도 없다. 시장이 직접 결정한 가격이니까.
다만 에릭 포즈너의 보완책에도 큰 단점이 있다. 구매자가 나타날 때마다 무조건 토지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토지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거나 소유자가 토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산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여기서 나는 새로운 보완책을 제안하고 싶다. 지주가 토지 가격을 스스로 신고하고 그 가격에 보유세가 부과되는 것은 같다. 다른 점은 지주가 2년 안에 토지를 양도하거나 임대한다고 가정했을 때 얼마에 그럴 것인지, 예상 양도가와 임대료를 신고하는 것이다.
이렇게 2년에 한 번 가격을 신고할 때, 한꺼번에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범위를 최대 20%로 제한한다. 즉 2026년에 양도가를 100원으로 신고했다면 2028년에는 60원과 140원 사이에서만 신고할 수 있다. 2년 동안은 그 가격으로만 양도해야 한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토지를 담보물로 평가할 때도 지주가 직접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개발 계획을 세워서 토지를 수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지주가 새 토지 가격을 신고할 때는 취득가액, 즉 매입할 때 가격을 기준으로 예상 양도가를 신고해야 한다.
신고한 예상 임대료의 경우, 토지 가격의 5%로 간주한다. 즉 예상 임대료에 20을 곱한 가격을 토지 가격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임대료에 20을 곱한 가격과 신고한 예상 양도가 중에서 더 높은 쪽을 자진 신고한 토지 가격으로 삼아서 거기에 보유세 1%를 부과한다.
이 때 상속받은 토지에는 2%를 부과한다. 10년 안에 똑같은 위치의 토지를 팔고 다시 살 경우, 똑같이 상속 보유세로 2%를 부과한다. 대신 기존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상속세를 폐지한다. 이렇게 하면 구매자가 나타날 때마다 강제로 팔게 하지 않아도, 지주가 스스로 적정한 가격을 신고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자진 신고제를 활용하면, 보수가 원하는 대로 공무원을 감축하고 정부의 자의적인 가격 조정을 배제할 수 있다. 동시에 진보가 원하는 대로 적정한 토지 가격을 책정해서 보유세를 부과할 수 있다. 건물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교적 낮은 보유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핵심은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받는 공시지가 제도와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제대로 된 토지가치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직접 연구하거나 연구를 부탁하고 싶은 주제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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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위
2026.07.08.
손문 선생께서 그런 신박한 정책을... 멋진 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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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7.08.
잘 설계하면, 행정 비용을 여러모로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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