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포커스
3시간 전
내가 모실 테니 집은 나한테 해두시라는 자식의 말에, 부모님이 등기를 넘기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대개 어디에도 적히지 않아요. 몇 해가 지나 함께 살지 않게 되면 그제야 집을 되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사람으로서,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부터는 정이 아니라 돈과 권리의 문제가 된다고 느낍니다.
이런 증여를 법에서는 부담부증여라고 부릅니다. 그냥 주는 것과 달리 모신다, 생활비를 드린다, 함께 산다 같은 조건을 달고 재산을 넘기는 방식이에요. 받은 사람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는 대법원 97다2177 판결이 다뤘습니다. 다만 해제를 주장하려면 조건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보여야 하지요.
바로 이 지점에서 말로 한 약속이 힘을 잃습니다. 받은 쪽은 "그냥 주신 거잖아요"라고 기억하고, 준 쪽은 "모시라고 드린 거다"라고 기억하거든요. 누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각자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에 더 풀기 어렵습니다. 다툼이 붙으면 법원은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자료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남은 것이 없다면 조건 없는 증여로 보일 위험이 있고, 그러면 집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넘기시기 전에 확인하실 것은 세 가지예요. 먼저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적으세요. 잘 모신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니, 함께 산다, 매달 얼마를 드린다, 병원에 동행한다처럼 쓰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지키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문장을 넣으세요. 마지막으로 한 번에 전부 넘기지 말고 일부를 남겨 두거나, 사시는 동안 거주할 권리를 등기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리 넘기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넘기고 나면 그다음은 받은 사람의 선의에 달려 있어요. 선의는 믿되 문서는 남기셔야 합니다. 사이가 좋을 때 써 둔 문서가 사이가 나빠졌을 때 부모님을 지켜줍니다.
미리 넘기는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어떤 점이 마음에 걸리시는지 댓글로 남겨 주시겠어요?
#실버포커스 #노후자산 #복지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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