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슬램
2026.04.05.
<오늘의 뻘소리 5-1. 논설문의 구조 이해하기: 논리 전개 방식과 추론의 방법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다가 어딘가 불편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예측이 아닌 대응에 관련해서 쓴 글에서 한 문장으로 도달이 가능한 결론을 굳이 길게 빌드업 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고, 중국 견제 관련 글을 썼을 때 제가 사용한 데이터와 시장 논리, 그리고 그에 따른 결론이 약간 어긋나 보이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이 불편함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타인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반복해서 빠지던 오류를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요즘 경제 글이나 각종 논설문을 읽다 보면 익숙한 문장 구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XX, YY, ZZ와 같은 이유로 인해 OO이 발생했고, 따라서 앞으로도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와 같은 글입니다. 사실 저 역시 이런 방식으로 글을 읽기도 하고, 또 글을 쓰곤 합니다. 온갖 사례나 데이터를 묶어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럴듯한 가설을 세운 뒤 미래를 전망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다만 그 글의 흐름 속에서, 논증의 형식이 제대로 점검되지 않은 채 결론으로 도출되었기에, 제가 제 글에서 느낀 꺼림칙하다고 하는 불편함은 이곳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여기서 문제점을 더 자세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논증의 전개 방식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증의 전개 방식으로는 대표적으로 Top-down과 Bottom-up이 있습니다. Top-down은 일반 원리에서 개별 사례로 내려가는 방식, Bottom-up은 개별 사례에서 일반 결론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전형적인 Top-down 전개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뉴턴도 죽었고, 다윈도 죽었고, 소크라테스도 죽었다. 따라서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는 Bottom-up 방식에 가깝습니다. 전자는 큰 틀에서 작은 사례로 내려가고, 후자는 개별 사례에서 일반적 결론으로 올라간다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논리적 해석의 방향을 기반으로 곧바로 Top-down은 연역, Bottom-up은 귀납이라고 단정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Top-down과 Bottom-up은 글의 시작과 끝이라는 전개 방식을 구분하는 것이고, 연역과 귀납은 결론이 어떤 논리로 도출되는가를 구분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연역은 일반적 원리 또는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형식입니다. 반면 귀납은 여러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개연적인 일반적 원리를 도출하는 형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둘은 자주 겹치지만 결코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글쓰기에서는 설명의 순서와 의미가 형성되는 방식을 혼동해서 어긋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역시 최근 이 둘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이 차이를 영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영화 속에는 인물들 사이의 선과 경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인물들이 그것을 넘나드는 장면 역시 지속적으로 제시됩니다. 이 반복을 바탕으로 선을 단순한 공간 구분이 아니라 계층 간 경계와 차이를 상징하는 장치로 읽는다면, 이는 여러 장면을 종합해 의미를 도출하는 귀납적 해석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귀납에서는 사례가 먼저 나오고, 그 사례들의 공통된 의미나 결론이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정리됩니다.
한편, 영화에서 나오는 수석에 대한 해석은 다르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우가 지닌 수석을 부와 행운을 가지고 온다는 믿음의 상징이자, 가난한 이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영화 마지막에 기우가 수석을 자연에 두는 장면은 부와 행운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감독의 해설이라는 상위 전제가 먼저 주어지고, 이후 장면이 그 전제에 따라 읽힌다는 점에서 연역적, 더 정확히는 미리 주어진 전제를 적용한 연역적 해석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연역적 해석조차 겉으로는 Bottom-up처럼 다시 서술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시로 기우가 수석을 계속 붙들고 있는 장면들을 먼저 나열한 뒤, 마지막에 그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 감독의 해설을 덧붙여 “결국 그는 욕망을 내려놓았다”고 정리를 한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사례를 먼저 제시하고 결론을 도출하니 귀납적 접근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설정된 해석의 틀이 존재하고, 앞선 장면들은 그 틀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즉 보여주는 순서는 Bottom-up일지 몰라도, 의미를 형성하는 방식은 연역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지점을 놓치면 전개 방식과 논증의 방법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논리전개방식(탑다운, 바텀업)과 논증 추론방식(귀납/연역)은 비슷한 것 같아도 전혀 다른 것이기에 동일시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글의 흐름을, 후자는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을 혼동하게 되면 후에 있을 글의 해석과 방향에도 영향이 가기에, 글을 읽거나 쓸때 구분을 철저하게 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혼동이 경제 관련 글과 논설문에서 실제로 어떤 오류를 만드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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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기 전날
2026.04.07.
글쓰기는 여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나름대로 평가는 할 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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