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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2일 전
<나라는 빚을 줄일 수 있을까?(2편)> 이번 주제는 꽤나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의 부채현황을 살피고, 왜 미국채 시장이 구조적 침체를 겪게 되었는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채권 매입 수체의 등장과 금리를 낮추기 위한 재정 및 통화정책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그 실효성, 부채 감축의 고통의 크기를 보여주는 사례들까지 모두 나열하려고 하다보니 불가피 길어질 수 밖에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관련있는 내용들은 한 번에 심도 있게 보는게 공부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접할때는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태산과 같이 다가오지만, 연결된 쟁점들을 연달아 보게되면 유사한 쟁점들이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1편에서는 국가 부채의 현황과 장기금리 추세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2편에서는 이어서 장기금리 추세가 높게 유지될 수 밖에 없게된 이유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 편에서 끝났던 2번에서 이어서 3번 주제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3. 미국 국채는 왜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가 (1) 중앙은행이 사주던 시대의 종언 [큰 손 중국의 이탈] 2000년대 중후반,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준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00년 약 600억 달러에서 늘어나 2013년 11월 1조 3,17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특별히 신뢰해서 미국 국채를 사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하며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고, 그 대가로 달러를 쌓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쌓인 달러를 어디에 둘 것인가였습니다. 수천억 달러, 수조 달러 단위의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필요할 때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시장은 사실상 미국 국채 시장뿐이었습니다. 미국 국채 시장은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서 위기 때도 가장 먼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믿음을 줬습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은 미국에 자금을 빌려주고 싶어서라기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큰 저수지가 미국 국채였기 때문입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페트로달러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했던 것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그런 중국이 이제 더 이상 미국 국채를 늘려 사는 손님이 아닙니다. 미 재무부 TIC* 통계상 중국 본토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13년 11월 1조 3,170억 달러에서 2026년 6월 6,334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단순 비교로 약 6,840억 달러, 정점 대비 52% 감소인데요.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 **TIC(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 통계는 미국과 해외 사이에 오가는 증권투자 자금의 흐름과 보유액을 집계하는 자료입니다. 미국 국채를 어느 나라의 정부·중앙은행·민간이 얼마나 보유하는지 월별로 보여 주기 때문에 미국채의 해외 수요를 파악할 때 가장 널리 쓰입니다. 다만 실제 최종 소유국이 아니라 수탁기관이 있는 국가를 기준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어, 벨기에·룩셈부르크·영국 같은 금융센터의 보유액에는 제3국 투자자의 물량이 섞일 수 있습니다. ---------------------------------------------- 중국의 보유액이 줄어든 데에는 분명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2015년과 2016년 중국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고 자본유출이 확대되자,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동원했습니다.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위안화를 사들이려면, 기존에 쌓아 둔 달러 자산을 현금화해서 달러를 동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중반 약 4조 달러에서 2017년 초 약 3조 달러 수준까지 감소했습니다. 이후에 중국은 미국 국채를 다시 그 전만큼 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무역전쟁이 시작되었고 2018년 이후 중국의 TIC상 미국 국채 보유액은 장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때의 무역전쟁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지속되었고 2022년 말에는 약 8,670억 달러, 2024년 말 약 7,590억 달러를 거쳐 2026년 6월 6,334억 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중국은 한때 미국 국채 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지만, 이제는 그 역할에서 물러난 셈입니다. [TIC 통계의 한계]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는데요. TIC 통계는 채권의 최종 소유자가 아니라, "어느 나라의 수탁기관 계좌에 보관되어 있느냐"의 영향을 받습니다. 중국계 기관이 벨기에의 유로클리어, 룩셈부르크의 클리어스트림 같은 유럽 수탁기관을 이용하면, 해당 물량은 중국이 아니라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보유분으로 잡히게 됩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일부 전문가는 TIC 통계만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중국의 실제 보유량 대비 과소 측정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TIC상 중국 보유액 감소분 전부를 중국의 순매도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 일부는 보관 경로의 이동(미국 수탁사 → 유럽 수탁사)일 수 있고, • 일부는 형태를 바꾼 것일 수도 있습니다(미국 국채에서 정부기관채나 단기 달러자산으로 이동). 그러나 이러한 단서가 더 큰 흐름을 바꾼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때마다 그 증가분으로 장기 미국채를 사주던 예전의 충성고객이 아닙니다. [다른 국가] 이는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은 2026년 6월 1조 1,167억 달러로 여전히 미국 국채 최대 해외 보유국이지만, 2021년 11월 정점인 1조 3,250억 달러보다는 약 2,080억 달러 낮은 수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한 달 동안 일본·중국·영국의 TIC상 미국 국채 보유액은 합쳐 약 610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더 큰 변화는 해외 '공적기관 전체'에서 나타납니다. 외국 정부와 중앙은행 등 공적기관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4조 달러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가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국채 잔액은 계속 커졌습니다. 물론 이것이 해외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처럼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 증가분을 미국 장기국채에 꾸준히 재투자하면서 시장을 떠받치던 구조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미국채 발행 잔액과 해외 공적기관 보유분의 격차가 꾸준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중앙은행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민간부문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해외 민간투자자와 미국 내 민간투자자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해외 보유분 안에서도 외국 정부·중앙은행 같은 공적기관보다 민간의 비중이 2016년 이후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수익률이 낮아도 외환보유액 운용, 환율 관리,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채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투자자는 다릅니다. 민간투자자는 장기국채를 사려면 금리,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환율 위험, 다른 자산의 수익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국채의 '한계 매수자'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중국·일본·산유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처럼 가격에 비교적 둔감한 공적기관이 장기국채를 꾸준히 흡수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가 늘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장기국채를 더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움직이지 않는 만큼 그 물량을 민간 투자자가 소화해줘야 하고, 민간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만큼의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더불어 이는 그만큼 미국채 보유자가 시장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시장의 변동성에 국채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연준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2년부터 양적긴축을 통해 보유 국채를 줄여 왔습니다. 연준이 준비금 관리 목적으로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이는 장기국채 시장을 과거처럼 떠받치는 양적완화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결국 30년물 같은 장기국채 시장은 중앙은행과 해외 공적기관의 자동 매수에 기대기보다, 가격과 수익률을 따지는 민간 자금에 더 크게 의존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민간부문 증가의 효과] 이제 미국 장기금리가 높아지는 이유를 볼 때, 연준의 금리 전망만 봐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가 새로 발행되는 장기국채를 사 줄 것인지, 그리고 그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금리를 요구할 것인지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사주던 시대가 끝난다는 말은, 미국 국채가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국채를 팔기 위해 시장이 더 높은 가격, 곧 더 높은 장기금리를 치러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2010년대에 대비해서 최근에 장기물 미국채의 기간프리미엄이 플러스(+)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입니다. 3편에서는 장기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대응과, 안전자산 디커플링 현상, 그리고 최근 미국채 입찰 시장 근황을 살펴보겠습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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