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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6.30.
어머니의 인생을 복기하는 일 순함이라는 직함을 달아준 건 가족이었다. 발급기관 앞에서는 늘 서류를 위조했다. 집 밖에서는 협조적이고 무해한 인간으로 살았다. 무해함은 묘하게도 쓸수록 닳지 않고 이자가 붙는 종류의 자산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순하다 했고, 나는 그 평가를 받아먹으며 자존감 잔고를 불렸다. 문제는 이 계좌가 가정용과 사회용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 밖에서 양보한 만큼, 집에 와서 정확히 그만큼을 어머니에게 청구했다. 짜증이라는 이름의 이자로.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는 일종의 기상예보였다. 예측 불가능한 기상청이었다는 게 문제다. 큰 사고는 무덤덤하게 넘기고, 사소한 일 앞에서 천둥이 쳤다. 어머니도 같은 의문을 평생 풀지 못했다. 그건 결국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았다. 대신 알게 된 건 어머니 쪽 내력이었다. 어머니의 유년기에 외할머니께 정신적 문제가 생겼고, 외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떠나셨다. 한 사람의 유년이 무너지는 데 긴 시간은 필요 없다. 어머니는 곧 친척집에 맡겨졌다. 어머니의 다정함은 그러니까, 결핍을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지 않으려는 사후 처방이었다. 처방이 완벽하게 듣지는 않았지만, 시도는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철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작가병이라는 약도 없는 지병을 앓으며 골방에서 3년을 보냈다. 치열한 척하는 데에는 의외로 많은 에너지가 든다. 서울 생활을 적응하지 못해 접고, 고향에 내려와 예술이라는 이름의 도피처에 입주했다. 월세는 쌌고 자존감은 비쌌다. 지금 나는 보육원에서 일한다. 부모와의 연이 약했던 어머니의 인생을, 아들인 내가 직업으로 복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한 세대의 결핍이 다음 세대의 직업으로 환생하는 구조. 복잡계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 점을 아쉬워하지만, 돌아갈 생각은 없다. 순함을 가면으로 쓰고 가까운 사람에게 날을 세우는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친절은 베풀되 회로를 바꿨다. 마음이 동해서가 아니라, 안 하면 곤란해진다는 계산, 혹은 이건 내가 해야 맞다는 판단. 공감은 연료에서 빠지고 관찰이 그 자리를 채운다. 친절했다가 곤란한 부탁 앞에서는 매정하게 선을 긋는, 정체불명의 경계인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적당히 친절하고, 상황에 따라 적당히 재수 없는 인간. 그 배합 비율을 맞추는 게 요즘의 업무다. 순함이 한때 생존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적당한 무례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인간은 성장한다기보다는, 그저 소모하는 가면을 늘려가며 갈아치우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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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하마
2026.06.30.
울림이 크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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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6.3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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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위
2026.06.30.
순하다 착하다 소리 듣는 삶이 많이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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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화
2026.06.30.
그렇죠. 성장해서 깨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성인이 되어도 고생을 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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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훈
2026.06.30.
온화님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고 환영받는 곳에 머무르십시오. 혹여 과거에 상처가 있었더라도 많이 치유가 될겁니다. 깊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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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배
2026.08.06.
저는 20대에 두달에 한번, 1박2일씩 가는 보육원 봉사를 7년간 했고, 그때 만난 중학생 여자아이와 같이 살고 있어요😁 그 아이가 대학 중퇴하고나서부터 같이 살았으니, 벌써 15년도 넘게 같이 살았나보네요 😆 이젠 걔가 벌써 서른이 훌~쩍 넘었지요 세월도 빠르고 나도 금방 나이먹고~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택이었어요~ 온화님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엄청난 일이에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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