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모
2025.10.26.
- 할인행사의 씁쓸한 속사정
"옆집으로 가자니까. 50% 할인행사라는데~"
매장 안까지 들어왔던 단골손님이 다른 일행의 손에 이끌려 결국 다시 밖으로 나간다. 가뜩이나 불경기고 여름 휴가철이라 비수기인데, 경쟁 매장의 할인행사에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참으로 야속하다. 얼마 전에도 분명히 행사를 했는데, 어떻게 또 행사를 진행할까?
할인행사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구매 욕구까지 끌어내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 소비자가 처음에는 행사 때만 매장을 방문하겠다고 생각했더라도, 출입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친밀도가 높아지면 결국은 단골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기존 고객을 계속 우리 매장에 방문하게 하고, 경쟁 업체 고객까지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사실 할인행사만 한 것이 없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이미지가 나빠진 기업이 '사죄' 또는 '고객 보상'이라는 명분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많이 본다. 사고 기업이 고객 보상을 실시한다고 방송·신문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데, 실질은 마케팅이고 판촉·홍보 비용 지출일 뿐이다. 기업은 고객 보상을 명분으로 현재의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기왕에 필요해진 그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사고가 터지면 많은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굳은 불매 결심이 있어도 "할인할 때만 이용할 뿐이야"라면서 해당 브랜드를 일단 이용하고 나면 이제는 더 이상 발걸음을 끊을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할인행사는 소비자들의 '불매 결심'을 꺾겠다는 해당 브랜드의 굳은 결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고 기업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사고 수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행사 수위가 더욱 파격적이 되고 마케팅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판촉행사를 소비자에 대한 사과 내지 보상으로 인정하면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등의 제재를 면제 내지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과되지 않은 과징금 금액만큼 사고 기업에 마케팅 보조금이 지급된 것과 같으니, 할인행사가 실질은 '마케팅 수단'이라는 본질을 간과한 것이라 안타깝다.
어느 업체가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다른 경쟁 업체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오늘은 이 브랜드가, 내일은 저 브랜드가 행사를 진행하니까 도무지 행사가 없는 날이 없다. 결국 손님들은 할인행사만 따라다닌다. 자본력이 미약한 브랜드나 개인 매장들은 여기에 상응하는 할인행사를 못 하면 매출 부진으로 망하고, 할인행사를 따라 했다가는 마진 감소로 망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시장지배적 기업이 주도하는 할인행사가 치킨게임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소비자들의 잘못은 없는가? 우리 매장 단골손님들도 상당수는 옆 매장을 번갈아 다니면서 그냥 원하는 빵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에서 쇼핑을 하고 계시다. 그것이 소비자의 권리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소비 활동은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가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소비자의 선택에 애국심이나 도덕심을 개입시키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할인행사에 많은 소비자가 행복해한다. 그러나 사고 기업이 할인행사를 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유도할 것은 없으며 이것이 오히려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다. 사고는 혼자 쳤는데, 매는 다 함께 맞는다. 애먼 놈이 맞고 있고, 약한 놈은 골병이 들고 있다.
[매일경제 2025.08.09]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38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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