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2026.07.01.
어두운 밤, 한 여성이 퇴근해서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등 뒤에 덩치가 크고 양팔에 문신을 새긴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보며 무표정하게 걷고 있지만, 여성은 왠지 그 남자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성은 불안감을 느끼고 더 빨리 걸으며 통화하는 척을 한다.
그 남자가 정말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여성은 무사히 집안에 들어왔다
이 여성은 엄연히 외모만 보고 상대의 행동을 넘겨짚었다. 즉, 편견에 따라 행동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안전 면에서 합리적이다. 매순간 상대의 호의만 믿고 산다면 아흔아홉 번 무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 한 번 악인을 만나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작은 단서를 보며 관련된 것을 떠올릴 줄 아는 동물, 즉 편견을 가질 줄 아는 동물이다. 그래서 생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편견은 사람의 생존 수단에 가깝다.
정말 편견 없이 모두에게 다가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상대가 문신을 했든, 표정이 험악하든 상관 없이 순진무구하게 아무에게나 접근하는 사람이 과연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위험을 넘겨짚고 대비할 줄 모르는 동물이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어느 한 가지 편견은 어떤 식으로든 교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편견을 만드는 마음 자체는 물리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편견 없는 세상'이라는 구호는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도 없는 위험한 몽상, 비무장 평화주의의 일상 속 실천이다.
'모든 편견이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의문에는 이런 의미가 있는 셈이다.
당장 편견 없는 세상을 외치는 사람 일부도 청소년 또는 20대 남성이 유달리 극우화되었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미국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제국주의적 음모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편견은 자각하지 못하면서 남의 편견만 지적하니, 외부인이 보기에는 내로남불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과학적 지식들에 따르면, 세상에 편견 없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다. 편견 없는 세상도 존재할 수 없다. 물론 편견 없는 세상이라는 구호가 합리적인 위험 대비까지 포함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런 속뜻을 외부인이 구호만 보고 바로 알아차릴 방법은 없다.
평등주의적인 메시지가 통하지 않는다면, 수신자의 지적 능력이나 악의를 의심하기 전에 메시지를 검토하는 것이 평등주의적인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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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이완
2026.07.01.
심리학과 사회학 용어를 정치 메시지에 고스란히 쓰는 것은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회학이 가리키는 혐오와 일상 언어 속 혐오의 의미가 너무 달라서, 길고 현학적인 설명 없이는 괜한 오해를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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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진
2026.07.01.
편견에 이런 뜻이 있다니! 그런데 글을 보니 이해가 되요. 자기를 보호하는 수단으로써 편견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다수의 경험을 통해 입증된다면 편견이라고 할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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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술
2026.07.01.
이런 편견은 과학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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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훈
2026.07.01.
이런 편견은 빅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문신한 사람 피하는 것처럼요. 선량한 사람도 있지만 문신한 사람 중 선량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그동안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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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2026.07.01.
이 글에서도 편견이 보이네요.
메타인지적 관점에서 내가 그 당사자가 된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상은 정녕 불가능한거 같습니다.
학교폭력에 피해자인 난 자존감을 위해 운동과 함께 문신을 했었다. 오늘 밤 늦은 야근까지 동료를 대신해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앞에가는 아가씨가 자꾸 날 힐끔 쳐다보며 두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앞질러 가서 오해를 없애려고 서둘렀지만 오후에 겅비아저씨 대신에 무거운 짐을 들다가 삐끗한 탓에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어쨌든 다행히 그 아가씨는 집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난 다시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다가 동네 어귀에 있는 고양이 가족에게 맛있는 저녁을 주고 집으로 향한다. 문득 아까 그 아가씨의 시선이 느껴지며 기분이 나빴지만, 자신이 그 입장이라도 그럴 것이라 생각들 것 같아서 이해가 된다.
라는 스토리라면 어떨까요? 휴리스틱을 경헝적토대의 편견으로 대체하신거 같아서 소견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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