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2026.06.19.
2030 청년은 정말 나약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강 철교에 매달려서 피난을 다녀 본 것도 아니고, 군에 3년 동안 복무해 본 것도 아니고, 연탄 가스나 학교 선배의 술 강요 때문에 죽을 위기를 넘겨본 것도 아니다. 일요일 단 하루만 겨우 쉬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
1960년대 청년이 2020년대로 넘어오면, 천국을 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일하지 않고 불만 많은 요즘 애들이 이해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옛날 청년이 요즘 청년보다 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무엇 때문에 고통을 더 잘 견디는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 간 회복탄력성 차이를 모두 설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직 없다.
한 가지 유력한 가설은 공동체인 듯하다. 과거에는 청년 대다수가 큰 공동체에 속했다. 크게는 국가부터 작게는 대가족까지, 멀게는 조부모부터 가깝게는 내 자녀까지, 소속감과 애착 관계의 범위가 매우 넓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공적이전소득보다 사적이전소득이 더 많았을 정도다. 이런 공동체는 외로움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전망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교권보호국' 같은 환상에 기대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공동체 규모의 차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도 관련 있을지 모른다.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더라도, 후손이 명절마다 제사를 지내며 나를 기억해 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믿었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제 제사는 커녕, 눈을 감을 때 옆을 지켜 줄 사람조차 줄고 있다. 이제는 청년까지 고독사하는 시대가 왔다.
어쩌면, 외로움 뿐만 아니라 이런 실존적 공포 역시 삶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당장의 안전만 챙기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항상 불안한 사람이 목숨 걸고 도전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종교를 찾는 청년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가톨릭 교회나 성공회처럼 질서와 규모, 약간의 유연함을 모두 갖춘 종교 공동체로 청년이 모이고 있는 듯하다.
공동체 규모와 종교의 차이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에밀 뒤르켐과 어니스트 베커 이래로 여러 학자가 공동체와 종교의 힘에 주목해 왔다. 지금도 많은 심리학자들이 애착 관계를 인간의 근본 욕구이자 심리적 안전망으로 여기고 있고, 셀리그먼 등은 천국 또는 사후에도 기억될 것이라는 믿음을 우울증의 대항마처럼 묘사했다.
과잉 경쟁 역시 원인일지 모른다. 과거에는 다같이 가난했기 때문에 번듯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우받기 위한 기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회적 평균 자체가 왜곡되어 버렸다.
실제로는 대다수가 월 200, 300만 원을 받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의 삶은 월 400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기준이 높아졌지만, 그 기준을 충족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사람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동물에게 자신이 피라미드 하층부에 있다는 인식은 곧 언제든 무시당하고 버림받을 수 있다는 신호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체면이 중요한 문화에서 보잘것 없는 명함을 가진 사람이 당당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왜 사람마다 회복탄력성, 인내력 등이 다른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여러 가설이 있을 뿐이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환경은 분명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 개선의 혜택을 모두가 공정하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 마음을 지탱해 주는 기둥들이 여럿 무너져버렸다. 과거는 험난했지만, 그 험난함을 견디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니 과학을 무시하는 반지성주의자가 아니라면 함부로 요즘 애들의 나약함부터 탓해서는 안 된다. 그게 사실이더라도 요즘 애들 탓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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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심미연
2026.06.19.
요즘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관계를 너무 우습게 안다는 겁니다. 자아비대증도 심각하구요. 물론 그렇게 키운 어른들 잘못이 큽니다. 인간사가 혼자서 할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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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9.
자아 비대는 제가 봐도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같이 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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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2026.06.19.
부모님의 과보호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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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19.
과보호도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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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2026.06.21.
좋은 주제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달리 청년들이 종교에 부정적인것과 염세적 세계관에 물들은 게 조금 다르겠죠. 경쟁이 시작도 되기전 이미 그들의 에너지가 소진된 것일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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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26.06.21.
번아웃이 굉장히 빠르게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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