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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3시간 전
어떤 강성 보수 예술가가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5.18 광주 시민들이 무력으로 계엄군에 저항할 수 있었던 데는 북한 공작원이 언제든 봉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무기를 준비해 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자본과 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둘째 치자. 5.18에 북이 개입했다능 주장에는 반대 증거가 많다. 법원 판결도 있다. 설령 5.18의 시작과 저항 과정에 북한이 정말로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5.18의 가치가 완전히 훼손되거나 광주 학살이 곧바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보수층이 그런 '의혹'을 품고 있다. 진보 정부에 대한 불신 탓에 공식 자료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를 통해 그런 의혹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실감나게 제시해도 될까? 만약 비극에 대한 모욕 또는 역사 왜곡이라서 안 된다면, 영화 '암살자(들)'은 왜 가능한가? 상대가 잔혹한 독재자에 남성 기득권이라서? 인권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남성 독재자는 예외인가? 박정희 대통령 일가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기득권자인가? 정치에서 견해 차이는 이성적 판단 능력이나 상식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외에도 집단 정체성이나 오랜 시간 자리잡은 직관에서 비롯된다. 모든 추론은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대전제에서 출발하기 마련인데, 사람마다 그 대전제가 다를 수 있다. 자라난 환경이 다르면 상식도 달라진다. 그래서 서로 너무 다른 사람 사이에서 이성과 상식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 '이성에 따라 또는 상식에 따라 판단하기만 하면 모두가 같은 결론에 닿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발전하면서 이런 믿음은 폐기된지 오래다. 심지어 1 + 1 같은 단순한 문제에서도 일반인과 철학자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만장일치 또는 타협 없는 최대 다수의 동의는 완전한 평등만큼 공상적이다. 5.18에 대한 공격에는 분노하면서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에 대한 '다른 가능성' 제기에 대한 분노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공감이 얼마나 편향적인지, 자신이 특정 정치 진영만의 상식을 대전제 삼아서 생각한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주는 셈이다. '나는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다' 라는 믿음이 차분한 대화를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을 격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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