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물고기
4시간 전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상장 추친 중단과 관련한 논평입니다.
좀 길긴 하지만, 왜 중복상장이 문제가 되는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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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상장 철회를 환영하며]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0월 23일 공시에서 “당사의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프리IPO 및 기업공개(IPO)에 대한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장(10. 19.)과 금융위원장(10. 22.)이 국회에서 솔리다임 상장도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고 말한 뒤다. 주주들의 반발, SK하이닉스 이사진들에 대한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장철회 결정을 환영한다. 회장의 의지로 추진하던 일을 멈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시에 적힌 이유를 보면 여전히 마음을 놓기 어렵다. 회사는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중복상장이라는 구조가 주주에게 해롭다는 점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지금은 상황상 아니라는 판단이다. ‘철회’가 아니라 ‘검토 중단’인 것이다. 여건이 바뀌면 다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일이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문제인지, 법은 왜 막지 못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정리해 둔다.
I. 중복 상장을 막는 이유
솔리다임이 상장되면 SK㈜(코스피), SK스퀘어(코스피), SK하이닉스(코스피), 솔리다임(나스닥)으로 한 지배주주 아래 상장회사만 네개가 쌓인다. 이런 연속된 상장이 왜 문제가 되는지, 법이 왜 규제해 왔는지를 이해해야 “법에 없다”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이 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회사와 그 아래 자회사, 손자회사가 모두 상장되어 있다는 것은 단계마다 지배주주 아닌 “다른 수많은 주주”가 있다는 뜻이다.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중복상장이 문제인 까닭은 지배주주가 그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사익을 추구할 ‘유인’을 만들고, 동시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과 기회’ 자체가 된다는 점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대한 몫은 단계가 내려갈수록 희석되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은 단계가 내려가도 유지된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서류의 지분율을 곱하면 솔리다임이 100원을 벌면 최 회장에게 돌아가는 몫은 1원 남짓이다. 그러나 솔리다임에 대한 지배력은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을 소유와 지배의 괴리라고 한다. 연속된 상장은 남의 돈으로 투자하면서 내 권한은 그대로 두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자기에게만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할 유인은 커지고, 그 결정을 실제로 할 수 있는 힘도 남는다. 두 조건이 한꺼번에 갖춰지는 것이다. 연속된 상장을 막는 규칙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현금흐름에 대한 몫은 곱셈으로 줄어드는 반면, 힘은 유지되면 하단으로 갈수록 문제가 커진다. 우리 법은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도록 강제하지는 않고(기존에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하게 하면서 지분율 적게 가져도 되도록 함) 단계마다 몫이 줄어드는 부분을 제한하기 위해 하한을 두고, 단계가 끝없이 내려가지 못하게 멈추게 했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정이 바로 이 두 가지를 제한한다. 손자회사까지는 지분일부를 가지는 것을 허용하되 증손회사부터는 100% 소유하도록 한다. 지주회사는 (상장)자회사 지분을 30%이상, 자회사는 (상장)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소유해야 한다. 비상장회사인 경우 50%이상을 소유하도록 한다.
(* 상장 30%, 비상장 50%는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각각 20%와 40%에서 올린 것이다(2021년 12월 30일부터 새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에 적용). 올린 이유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줄이려는 것이다.)
증손회사를 100% 가져야 한다는 것은 곧 증손회사에는 다른 주주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증손회사는 상장할 수 없다. 규정의 목적이 지나친 괴리를 막기 위함이니, 그 아래단계까지 가면 문제가 있다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주식회사 이야기’에도 썼듯이, 몇 단계까지 지배받는 회사를 허용할지, 최종 소유자가 그 아래 회사들의 지분을 최소 얼마나 가져야 하는지는 법과 규제를 만들 때마다 정치적 쟁점이었다.
2020년에 하한을 올리는 것이나, 최근 첨단산업에서 증손회사 요건을 50%로 낮추자는 안이나, 지배주주의 현금흐름의 몫과 지배력 사이의 간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2026년 8월부터 시행된 거래소의 중복상장 규정도 같은 내용을 지주회사가 아닌 상장회사 일반에 확대한 것이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따로 상장해 다른 주주를 들일 때마다, 모회사 주주의 몫이 얇아지고 지배주주의 힘은 그대로인 구조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물적분할한 자회사에 한하는 조항은 규제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불필요하다고 본다)
II. “법에 없다”는 것이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솔리다임 상장을 감싸는 논리는 솔리다임이 물적분할로 떼어 낸 회사가 아니라 인텔에서 사들인 회사라는 것, 국내가 아니라 미국에 상장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갖지 못하게 하고, 그 회사 주식을 모두(100%) 갖는 경우 등만 예외로 허용한다(제18조 제4항).
(④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손자회사가 국내 계열회사(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제외한다)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다. 그 하단에 위치한 미국 NPS나 솔리다임은 국내 회사 조항에 걸리지만 미국 법인이라 법에서 막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막지 못한다고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조문이 국내라고 한 것은 입법자가 해외까지 내다보지 못한 한계다. 증손회사가 미국 법인이든 어디에 위치하든 종속회사 지분 문제는 그대로 남는 것이다. 법이 정확히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니라 “인수한 회사라 다르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수 대금은 SK하이닉스의 돈이고, 경제적으로 SK하이닉스 주주 전체의 몫이다. 그렇게 산 회사를 한 단계 아래에서 따로 상장하면 물적분할 자회사와 똑같은 괴리가 생긴다. 구조가 생긴 이력이 다를 뿐 문제는 똑 같은 것이다.
2026년 8월 3일부터 시행된 거래소 상장규정은 자회사를 국내든 해외든 상장할 때 모회사 이사회에 다섯 가지 의무를 지운다.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의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와의 소통 또는 주주 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의 찬반 결의, 그리고 그 결과를 자회사에 알리는 통지다. 결의 내용은 따로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제재는 벌금 내면 끝이다. 모회사 이사회가 다섯 가지 의무를 어기면 거래소는 최대 10억 원의 위약금을 물리고 매매거래를 하루 정지할 수 있다. 조단위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벌금이 아니라 수수료다. 게다가 그것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내는 셈이다.
그리고 모회사 주주의 동의가 사실상 필수인 것은 “물적분할로 떼어 낸 자회사”를 국내에 상장할 때뿐이다. 솔리다임처럼 인수한 자회사는 동의를 “권고”할 뿐이고, 동의를 묻지 않으면 그 이유를 공시하면 된다. 핵심적으로 해외 상장은 애초 국내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상장을 멈출 수단이 없다.
III. 앞으로 할 일
지금의 법으로 같은 문제를 막을 수는 없다. 한번 상장하면 되돌릴 수 없다. 상장이 끝나면 새 주주가 생기고 그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미국 거래소의 상장을 한국 당국이 취소할 수는 없다.
이번에 상장을 멈춘 것은 주주들이다.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규제 대상이라고 말했다. 법이 아니라 주가와 여론과 당국의 말이 상장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좋을 때, 주목이 덜한 회사에서, 당국의 관심이 다른 데 가 있을 때도 그럴까. 되돌릴 수 없고 어기면 벌금만 내면 끝나는 구조라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법이 연속된 상장을 막아 온 이유가 ‘몫은 줄고 힘은 남는 구조’ 때문인 취지를 살리려면 할 일은 명확해 보인다.
1. “국내”로 제한하지 않는다
해외 법인을 거쳐 같은 구조를 만들면 국내와 같은 규율을 받게 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길은 공정거래법의 단계 제한이 해외 계열회사에도 미치게 하는 것이다. 첨단전략산업에서 증손회사 지분 요건을 50%로 낮추자는 안이 보도되었는데, 해외 인수와 합작이 어려워진다는 걱정이 있다면, 해외 자회사를 갖는 것 자체는 두고 그 자회사 지분을 밖에 팔아 ‘상장할 때만’ 국내와 같은 요건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에 자회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다른 주주를 들여 괴리를 발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 일반주주가 정하게 한다
동의 요건을 거래소의 권고에서 법률의 요건으로 올려야 한다. 물적분할 자회사든 인수한 자회사든, 국내 상장이든 해외 상장이든 같다. 법률이 되면 거래소 심사가 없는 해외 상장에도 효력을 실을 수 있다.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게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안도걸 의원, 2026. 9.)이 나와 있고, 해외 증시까지 대상에 넣을 여지를 두었다고 보도되었다.
다만 지배주주 측의 의결권이 많은 회사에서는 특별결의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이해가 갈리는 사람은 빼고 일반주주가 정하게 해야 할 지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IV. 유혹하는 제도는 좋지 않다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사람을 죄에 빠뜨리는 유혹을 줄여야 한다. 누구라도 그 유혹 앞에서 맞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속된 상장을 막아 온 규칙들은 지배주주를 나쁜 사람으로 보아서 생긴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유혹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배주주 경영에는 장점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멀리 보고, 책임지고, 빨리 결정한다. SK하이닉스가 오늘의 회사가 되기까지 그런 결정들이 있었다. 그 장점을 살리려면 상장회사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주인의식’ 대신 ‘대표의식’이라는 말을 쓰자고 주장한다. 여러 이해관계자를 대표해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는 응원하고, 회사를 자기 것으로 여기는 경영자는 견제해야 한다.
이번 철회는 회사가 주주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다. 그러나 그 선례는 지금 시장 여건과 여론, 그리고 한 회사의 판단에 기대고 있다.
“검토 중단”이 “다시 하지 않음”이 되려면, 그리고 다음 회사가 같은 일을 반복하게 하지 않게 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이번 일을 그 규칙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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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조주현
4시간 전
교수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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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2시간 전
얌체같은 짓을 한 셈인데 어쨋거나 철회가 되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이 기회에 확실히 막으면 좋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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