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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이 아빠 (Peekaboo.daddy)
2026.06.15.
마이크 세일러의 '스트레티지'가 없었다면 지금 비트코인은 어땠을까? ㅡ 2020년 8월, 한 상장기업이 기업 재무제표의 예비 자산을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채우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현 스트레티지)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26년 6월 현재, 스트레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무려 845,256개에 달한다. 이는 2,100만 개로 한정된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4%가 넘는 수치다. ㅡ 만약 마이클 세일러의 이 지독하고 공격적인 비트코인 매입 전략, 즉 '스트레티지 모델'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비트코인 생태계와 가격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일러가 없었다면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금 우리가 보는 66,000달러 선이 아니라,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34,000달러에서 38,000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었을 확률이 높다. ㅡ 이러한 수치는 스트레티지가 시장에서 수행한 물리적 매수세와 심리적 방어선의 역할을 걷어내 보면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물리적인 자금 유입의 측면이다. 스트레티지는 2020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약 64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비트코인 매입에 쏟아부었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기업의 남는 현금으로만 사지 않았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등 Wall Street의 제도권 자금을 흡수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ㅡ 일반적으로 자산 시장에서 대규모의 고정된 매수 주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유통 공급량을 잠그는(Lock-up) 효과를 낸다. 스트레티지가 확보한 84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은 시장에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는 '초장기 락업 물량'이다. 만약 이 공급 잠김 효과가 없었다면, 2022년 FTX 사태나 테라·루나 붕괴 당시 비트코인은 15,000달러 선에서 멈추지 않고 8,000달러 밑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지선 자체가 무너졌을 것이기 때문이다.더 중요한 것은 심리적 전파력과 제도권의 진입 속도다. 2024년 1월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세일러가 닦아놓은 길 위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일러는 매 분기 콘퍼런스를 열어 수천 명의 기업 재무담당자(CFO)와 월가 기관들에게 비트코인이 왜 '하드 머니(Sound Money)'이자 가장 완벽한 자산인지 수학적, 체계적으로 설득해 왔다. ㅡ 만약 세일러라는 거대한 총대를 멘 선구자가 없었다면, 블랙록이나 피델리티 같은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현물 ETF를 출시하는 시점은 최소 2~3년은 뒤로 밀렸을 것이다. 전통 금융권 관점에서는 상장기업이 비트코인을 사서 살아남는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했는데, 그 시험대 역할을 스트레티지가 완벽히 수행해 주었기 때문이다.결국 현물 ETF 유입 지연과 640억 달러의 직접 매수세 부재, 그리고 주기적인 공급 충격의 결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비트코인은 지난 2021년 전고점이었던 69,000달러를 단 한 번도 터치해보지 못한 채, 지루한 횡보를 이어가는 변방의 위험자산 취급을 받고 있었을 수도 있다. ㅡ 그렇다면 마이클 세일러가 없는 미래는 어떨까. 세일러의 전략이 없었다면 비트코인의 미래 성장은 철저히 '소매 투자자들의 내러티브'와 '반감기'라는 순수 공급 통제 메커니즘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성장 궤적의 기울기가 훨씬 완만했을 것이다. 국가나 초국적 기업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예비자산으로 검토하는 시나리오는 2030년 이후에나 간신히 논의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ㅡ 물론 지금 시장에는 스트레티지의 행보에 대한 수많은 의심과 우려가 공존한다. 주식을 찍어내고 빚을 내서 변동성 높은 자산을 사는 행위는 '지속 불가능한 폰지 사기'라거나, 스트레티지라는 단일 기업의 평단가(현재 약 75,000달러 선으로 추정되는 최근 트랜잭션 포함 전체 평균)를 위협하는 하락이 올 경우 시장 전체가 연쇄 청산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Too Big to Fail(대마불사)'의 공포다. 최근 5월 말 스트레티지가 단 32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는 공시만으로 시장이 발작적인 폭락을 보여준 것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ㅡ 하지만 이 의심을 바라보는 가장 합리적인 시각은, 세일러의 전략을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는 트레이딩'이 아니라 '자산의 패러다임 전환에 베팅하는 자본 배치'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돈이 생길 때마다, 혹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때마다 자산을 모으는 철저한 누적(Accumulation) 전략을 쓰고 있다. 부채 역시 만기가 길고 이율이 낮은 구조로 세팅되어 있어 당장 내일 비트코인이 급락한다고 해서 강제 청산당하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에 STRC라는 모델을 이용해 수량을 더 늘리고있다. ㅡ 스트레티지에 대한 우려는 비트코인이라는 자산 자체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과 맞닿아 있다. 화폐 가치가 끊임없이 하락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절대 해킹될 수 없고 늘릴 수 없는 유한한 디지털 영토를 선점하겠다는 그의 전략은 시간이 지날 수록 리스크보다 기대 보상이 커지는 게임이다. ㅡ 나는 세일러를 응원하면서도 굳이 세일러가 없어도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이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글을 쓰며 비트코인에 관심없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니 세일러가 없었으면 비트코인 파워로우 지수가 5.8이 아니라 더 낮았겠구나 싶었다. 비트코이너중에 세일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그 덕에 지금의 비트코인이 있다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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