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하는 하마
2일 전
“After nourishment, shelter and companionship, stories are the thing we need most in the world.”
“음식과 안식처, 그리고 동반자 다음으로 세상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다.”
— 필립 풀먼
영화 <오디세이>를 관람했습니다. 연일 매진 행렬인 용아맥 티켓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근처의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압도적이었습니다. OTT의 범람 속에서도 왜 우리가 여전히 영화관을 찾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제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관에 사람이 꽉찬 광경은 엔드게임 이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암표는 반대하지만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람들이 기꺼이 극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진정한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줄거리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경이로운 연출과 영상미입니다. 생성형 AI가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막대한 규모의 스펙터클을 CG에 의존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해낸 놀란 감독의 고집은 숭고함마저 자아냅니다.
만약 이 거대한 서사에 AI가 빚어낸 인위적인 픽셀이 덧칠해졌다면 그 감동은 처참히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효율과 기술의 범람 속에서 오히려 우직하게 밀어붙인 아날로그적 뚝심이 빛을 발한 셈입니다.
화려한 시각적 성취 이면에는 흥미로우면서도 묵직한 통찰을 품은 서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뼈대는 다름 아닌 '신화'입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학습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덩달아 역주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십분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오디세우스를 비롯해 헤라클레스, 시시포스, 테세우스, 오이디푸스 등 숱한 영웅들의 궤적을 따라가며 나름 삶의 철학과 교훈을 배웠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신화에 매료되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서사에 몰입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야기를 추구하는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그렇습니다. 신화의 시대에서 철학, 신학, 그리고 이성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진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대중은 여전히 <해리포터>의 세계관과 <진격의 거인>의 거대한 서사시에 열광합니다.
이 뿐이겠습니까. <삼국지>,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고전들은 시대와 공간마저 초월하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반추해 보면, 어쩌면 인간의 본질이란 복잡한 이성의 잣대보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 '유희를 즐기는 존재(호모 루덴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 동안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모처럼 영화관에서 호모 루덴스가 되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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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지우아빠
2일 전
호평이 자자해서 저도 보려구요. 배속남에 이어 하마님까지 좋은 평가를 내리시니 안볼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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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하마
19시간 전
러닝타임이 길어서 리클라이너도 괜찮은 대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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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2일 전
보러가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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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1일 전
저두요~ ㅎㅎ 이코님들끼리 단체관람하면 재밌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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