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Jun
3시간 전
#실리콘밸리연대기 - ATTJ컴퍼니 #14
한국에서 석 달이 걸리던 해고가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 20분에 끝났는데, 변호사는 그 20분이 한국의 석 달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투자금이 들어오고 반년, 미국 공동창업자가 대표에게 왔습니다. 아홉 달 전에 뽑은 엔지니어가 지난 두 분기 일정 세 개 중 둘을 넘겼다. 이번 주 금요일에 내보내자. 대표가 먼저 꺼낸 말은 "그게 되나"였습니다.
대표는 한국에서 한 사람을 내보내 본 적이 있었고, 그 일은 석 달이 걸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30일 전에 알리거나 30일분 임금을 주어야 하며, 이유와 날짜를 종이에 적어 건네야 효력이 생깁니다. 경고장을 두 번 보내고 서면 통지서를 썼고, 그 뒤 해고된 사람이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는 석 달을 기다렸습니다. 공동창업자의 답은 "여기는 그런 거 없어도 돼"였습니다.
변호사의 설명으로는 절반만 맞았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고용은 임의 고용이라 회사는 이유 없이, 예고 없이 고용을 끝낼 수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짧은 면담을 하고, 그 자리에서 마지막 급여를 주고(캘리포니아는 해고 당일 지급이 원칙이라 늦으면 하루치씩 최대 30일치 벌금이 붙습니다), 통지서를 건네고, 노트북을 회수하면 20분입니다.
그러면 뭐가 위험한가. 한국의 석 달은 회사가 지켜야 할 순서가 법에 적혀 있어서 지키면 끝이 보입니다. 미국의 20분은 순서가 없어서 무엇을 빠뜨렸는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고, 1년 뒤 변호사 편지가 와서야 알게 됩니다. 임의 고용은 "이유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지 "어떤 이유라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이, 성별, 출신 국가, 장애 같은 이유면 여전히 위법이고,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캘리포니아에서는 3년입니다. 한국의 석 달과 캘리포니아의 3년.
그래서 변호사는 세 가지를 물었습니다. 성과 문제를 본인에게 언제 어떻게 말했는가. 구두 두 번과 슬랙 메시지 하나. 기록이 없다고 해고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유를 하나로 정하고 면담에서도 서류에서도 같은 말을 해야 합니다. 이 결정이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가. 같은 일정 지연을 낸 다른 사람은 남는지, 최근에 휴직을 신청했거나 회사에 무언가를 문제 삼은 일은 없었는지. 이유가 성과라도 주변 사정에 따라 차별이나 보복으로 보일 수 있는 경우가 여러 가지라서, 그런 사정이 있으면 날짜와 방법을 다시 봅니다. 나이가 몇인가. 마흔넷이었습니다.
미국에는 연방법에도 주법에도 개인을 해고할 때 주는 법정 퇴직금이 없고, 401(k)를 만들어 줄 의무도 없습니다. 그 대신 Severance Package가 있습니다. 몇 주치 급여와 건강보험 연장 같은 것을 주고, 회사에 대한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Release of Claims)을 받는 합의. 법이 정한 의무가 아니라 양쪽이 정하는 일입니다. 4주치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서명하는 사람이 40세 이상이면 연방법이 조건을 붙입니다. 검토 21일, 서명 뒤 철회 7일, 변호사와 상의하라는 서면 권고. 빠뜨리면 돈은 주고도 서명은 효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에 끝나는 것은 고용이고, Severance Package는 28일 뒤에 끝납니다.
한국의 석 달은 직원을 보호하는 시간이었지만 회사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20분은 회사에 자유를 주는 대신 끝나는 날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대표는 "면담 기록"이라는 파일을 새로 만들었고, 첫 줄은 나간 사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직원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용어
- 임의 고용(At-Will Employment): 회사와 직원 어느 쪽이든 이유 없이, 예고 없이 고용을 끝낼 수 있다는 미국 대부분 주의 원칙. 다만 법이 금지한 이유로는 끝낼 수 없음
- Severance Package: 법정 퇴직금이 없는 미국에서 회사가 해고하는 직원에게 몇 주치 급여, 건강보험 연장 등을 주기로 하는 합의. 보통 Release와 맞바꿈
- Release of Claims(청구 포기): 회사가 돈이나 혜택을 주는 대가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한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하는 서류
https://www.attorneyjun.com/attj-14-first-termination-at-will-release-owb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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