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17시간 전
콘서타 용량이 36mg까지 늘어났다. 처음 먹은 것의 두 배다. 조만간 타이레놀에 맞먹는 크기까지 커질지도 모르겠다. 다음달에는 처음으로 상담 치료도 받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어릴 때부터 답답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반복 작업을 하다보면, 바로 직전 단계가 무엇이었는지 자주 잊는다. 방금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공책을 꺼내면, 역시 잊는다. 여러 물건을 사려고 메모해도, 막상 장바구니를 열어보면 몇 가지가 없다.
하나에 주의가 쏠리면 샤워도 염치도 잊고 그 일에만 매달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으로 20세기 이전 글을 번역하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내 소득으로는 사용량 넉넉한 인공지능 구독료를 감당 못해서 여기저기 연구비를 지원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상 구걸이었다. 그 전에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정신이 쏠려서 칼럼 쓰기도 미뤘다. 마감은 겨우 지켰다.
이렇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줄 알지만, 정작 그 집중력을 내가 원하는 곳에 활용하지는 못한다. 운동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온갖 운동 방법을 검색하면서도 정작 행동하지는 못한다. 번역해 둔 것을 빨리 읽어야 하는데, 오역 검수에 집착하느라 프롬프트를 다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저축에 성공해 본 적도 없다. 물론 20대 때는 소득 대부분을 집에 보내야 했으니 저축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집안일이 정리된 이후로도 충동 구매가 잦아서 후불 버스비도 못낼 뻔한 적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친구나 친척, 심지어 오프라인으로 한 번 만난 어른에게도 돈을 빌렸다.
단순한 계획조차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러고 나서 정신이 멋대로 쏠리는 일에 다시 집중한다. 공황장애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몇 년 다니고 나서도 이런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 지능이나 작업 기억력이 문제라고 여겼다. 이런 머리로 글이라도 쓸 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올해 6월, 종합심리검사와 컴퓨터 주의력 검사를 받았다. 콘서타 처방이 가능할 정도로 ADHD 관련 증상이 있다고 진단받았다. 다만 정말 ADHD인지 아니면 우울장애의 또 다른 증상인지 명확하지 않으니, 두 가지에 같이 대응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당장은 진단 코드에 공황장애와 우울장애만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ADHD라고 하면 금쪽이처럼 아무거나 부수고 때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그런 모습도 있을 수 있지만, 행동이 아니라 생각이 소란스러울 수도 있다.
이 때, 단순히 집중력이 짧은 것 같다고 해서 ADHD가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명확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에 오래 집중하기 어려워 한다. 반면 ADHD는 보상이 없더라도 한 번 집중하기로 마음 먹은 일에 몇 시간, 며칠이라도 집중할 수 있다. 문제는 곧 마감이거나 약속 시간인데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집중력의 양이 아니라 통제가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비슷한 증상을 겪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서이고, 다른 하나는 SNS 글쓰기에 정신이 쏠려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어서다.
무상 의료는 위험한 정책이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싸게, 더 빨리 정신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은 가능할 것이다. 이미 청년층을 대상으로 가벼운 정기 검진을 추진하고 있으니, 연령대를 낮추고 예산을 늘리면 된다. 조기에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기회균등에 더 가까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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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RINA.PARK
17시간 전
에궁 뭐라 할 말이 없어요.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압박감때문이란 생각도 드는데 본인을 가장 압박하는게 뭔지 찾아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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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16시간 전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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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아
11시간 전
완님 글쓰는거 말고 경제활동은 생각 안해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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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9시간 전
당장은 건강 상태도 문제고 제 목표도 있어서, 다른 일에 시간을 쏟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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