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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6일 전
<국가의 부채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3편) 앞서 국가가 부채를 늘리려는 유혹에 빠지는 이유 3가지와, 중앙은행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80년의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례를 보고 왔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첫 시간에 던졌던 두 번째 질문에 답해보려고 합니다. 왜 가계대출만 유독 관리대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일까요? 이번 정권에서는 유독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가계대출 성장률을 전년 대비 1.5%로 제한하고(전년도에는 3%였는데, 8월에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집단대출 등 실수요자들에 대한 문제가 계소 불거지자 다시 3%로 늘렸습니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까지 억죄는 상황입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은행에 오픈런을 하고, 인터넷 은행의 대출 신청을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여서 은행에 가계대출 확대 유인을 없애고, DSR 요건을 강화해서 한도를 계속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쯤 하면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받는 게 뭐가 그리 큰 잘못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죠. 1. 왜 정부는 가계대출만 집중 타깃으로 삼는 것일까? 표면적 이유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계는 소비의 기반입니다. 가계가 빚에 눌려 이자를 갚느라 지갑을 닫으면 내수 전체가 가라앉습니다. 한국은행은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으면 소비 위축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침체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내수가 약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경제의 기반입니다. 그 기반을 이루는 가계가 빚 때문에 흔들리게 되면 국내 경기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침체의 즉각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가계는 발권력이 없고, 부채를 해소할 수단이 제한적입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빚을 녹일 수 있습니다. 안되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고요. 기업은 증자와 구조조정이라는 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에서 빚을 해결하는 방법은 소득 하나뿐입니다. 소득 하나에 의존한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국가와 달리 경기침체와 금리 변동 등 경제 변동에 취약합니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같은 1조 원의 빚이라도 가계의 빚은 더욱 부러지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부실한 프라임 등급의 모기지가 무너지면서 촉발된 주택가격 하락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도 전 세계가 가계대출 관리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시행하게 된 단초였고,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였습니다. 여기까지는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한 표면적으로 "옳은" 이야기입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통제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내면의 동기 이제 강조되지 않는 부문의 숫자를 살펴보겠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2025년 말 한국의 가계·기업·정부를 합한 전체 부채 약 6,500조 원 가운데 가계부채는 약 2,300조 원, 총부채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오히려 기업부채는 약 2,900조 원으로 가계보다 덩치가 더 큽니다. 눈여겨볼 것은 속도입니다. 가계대출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 규제로 3% 증가에 그쳤으나, 기업대출은 4% 증가했고, 최근 1년 사이 가장 빠르게 불어난 것은 1,200조 원에 달하는 정부부채로, 전년 대비 9%대로 증가했습니다. 더불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99.1%를 정점으로 2025년 89%까지 내려오며 잘 관리되고 있는 반면, 정부부채 비율은 확장 재정 속에 역대 최고권(47%대)을 찍었습니다. 최근 수년간 이 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관리된 부채는 가계부채인데 반해, 가장 빠르게 불어난 부채는 정부부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논하는 '부채 위험' 담론의 화살표는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언제나 가계부채가 문제이고, 정부부채는 관리 범위 하에 있다는 겁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정부가 가계부채를 향해 세워 둔 스포트라이트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빛을 받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그만큼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가계에는 DSR과 대출 총량 규제라는 엄격한 관리 장치를 적용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각종 현금살포 정책들이 남발하면서, 정작 정부 자신의 적자와 국가채무를 묶을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의 빚(가계부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자기 빚(정부부채)을 묻는 목소리는 자연스레 작아집니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당한 명분 뒤에, 재정 확장으로 불어나는 자신의 부채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내적 동기가 함께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 국가가 끊임없이 가계부채 위험을 강조하는 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국가의 가계대출 통제 동기가 정말 순수한 가계부채 관리에 있었다면, 그 정책에는 흔들림 없는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것보다는 오로지 집값 잡기라는 정치적 명분이 더 큰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달 8월 13일에 그렇게 옥죄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갑자기 1.5%에서 3% 늘린 것도 '부채관리'라는 그들의 숭고한 사명도 정치적 논리 앞에서는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2. 마무리하며 국가 부채가 쉽게 줄지 않는 가장 깊은 이유는 정치경제학과 인간의 본능에 있습니다. 고령화, 경기침체, 전쟁과 재난 같은 경제 여건은 대부분 부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 부채를 다시 줄일지 말지는 정치가 결정합니다. 지출의 박수는 지금 정치인이 받고, 부채의 청구서는 미래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날아갑니다. 그리고 감축에 따르는 고통은 아무도 — 정치인도, 유권자도 — 감내하려 하지 않습니다. 가계부채가 유독 정부의 부채 관리 정책에서 강조되어 올 때 그들이 들었던 근거는 절반만 진짜이고, 나머지는 착시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가계는 소비의 기반이자 발권력이 없는 최약체 채무자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일관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이유이고, 이것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면 현상을 절반만 이해한 것입니다. 국가 전체 부채에서 가계의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고, 최근 가장 빠르게 불어난 것은 정부 자신의 부채라는 점 — 즉,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비추지 않게 하려는 내적 동기가 이 정책에 함께 작동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그들이 가계 대출만 유독 옥죄려는 진정한 동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상 국가의 부채는 왜 줄어들지 않는 걸까? 3부작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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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위
6일 전
훌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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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
6일 전
글을 참 잘쓰십니다. 저도 잘 읽었고 이코분들 다 좋아하시는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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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로
6일 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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