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
2026.06.30.
1970년대에도 시작은 기름값이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멈춰 버리자 전세계의 유가가 폭등했다. 현대 자본주의는 석유에 의존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모든 물가를 함께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시기 경제성장은 침체되어 있었다. 고용도 늘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물건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없었는데도 물가가 계속 오른 셈이다.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유가 상승 같은 공급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하지만 공급 문제는 시작이다. 공급 문제를 계기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더 오래 지속시킨 공범이 있는데, 바로 '물가와 임금의 동반 상승'이다.
유가와 함께 모든 물가가 오르자, 1970년대 정부와 노동계는 생활 안정을 위해 임금 인상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물가와 연동해서 의무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는 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었다. 사회 전반의 임금이 오르자, 기업은 물가를 올려서 인건비를 전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물가와 임금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상승 나선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지속시킨 원인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도 중동과 기름값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에게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자, 전세계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물건이 귀해지는 상황까지 초래되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노동계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이 협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질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물가가 먼저 올랐으니, 실질 임금이 낮은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업이 명목 임금 인상을 견딜 수 있는가, 물가로 전가할 수 있는가다. 다른 글에서 다룬 것처럼,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창출한 부가가치 80%를 인건비로 쓰고 있고,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기업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임금 상승분을 전가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 덕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나아질 수 있다지만 이는 평균의 함정이다. 다른 분야는 침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대기업 노동자의 성과급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까지 올리려 하고 있다. 역사적 사례와 비교해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 역량과 기술이 70년대보다 월등해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 대출까지 많은 상황이라 중앙은행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앞에는 반도체로 부활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고금리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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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댓글

싸이코사운드
2026.06.30.
제가 전 부터 생각하던 것과
딱! 일치합니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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